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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장의 시간들> (시네큐브, 옴니버스, OTT 시대)

by 몰괜자 2026. 9. 19.

독립영화 전용관 시네큐브가 올해로 개관 25주년을 맞았습니다. 이를 기념해 이종필, 윤가은, 장건재 감독이 각각 30분 남짓한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 영화 '극장의 시간들'이 탄생했는데, 제가 이 작품을 찾게 된 건 순전히 OTT로 영화를 보다가 문득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극장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는 걸,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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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장의 시간들>


시네큐브 25주년, 세 감독이 붙든 극장의 의미

옴니버스(omnibus) 형식이란, 여러 감독이 하나의 주제 아래 각자의 단편을 연출해 한 편으로 묶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앤솔로지처럼 서로 다른 목소리가 같은 그릇에 담기는 구조인데, '극장의 시간들'은 이 형식이 가진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종필 감독은 침팬지라는 동물을 매개로 영화관이 지닌 고유한 감각을 실험적으로 탐구했고, 윤가은 감독의 '자연스럽게'는 아이들과 현장을 함께하는 감독 역할로 출연한 고아성의 생생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장건재 감독의 '영화의 시간'은 극장이라는 공간 자체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를 지었는데, 세 편 모두 가이드라인 없이 자유롭게 연출됐다는 점이 각 단편의 개성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감상해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OTT 화면으로 보고 있는데도 스크린에 대한 그리움이 화면 너머로 전해졌으니까요. 김대명, 이수경, 홍사빈, 원슈타인 같은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고, 특히 데뷔 20주년을 맞은 고아성이 극장을 '얼굴'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 장면은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전문가적 시각에서 보면, 세 단편의 톤 앤 매너(tone and manner)—각 작품이 유지하는 분위기와 연출 온도—가 상당히 달라서 하나의 완결된 옴니버스로 읽히기보다는 세 편의 독립된 단편이 느슨하게 연결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를 풍성한 다양성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보다 통합된 리듬감이 조금 아쉬웠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 이종필 감독: 침팬지를 통한 실험적 접근 — 극장이라는 공간의 낯섦과 본질을 탐색
  • 윤가은 감독 '자연스럽게': 고아성 주연, 아이들과의 촬영 현장을 통해 영화 만들기의 설렘을 포착
  • 장건재 감독 '영화의 시간': 극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 존재 이유를 되묻는 작품
요약: 시네큐브 25주년 기념 옴니버스 '극장의 시간들'은 세 감독이 각자의 언어로 극장의 의미를 자유롭게 해석한 작품으로, 개성은 넘치지만 통합된 리듬감에서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OTT 시대, 극장이라는 공간을 다시 묻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콘텐츠 산업 통계'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률은 2019년 이후 꾸준히 상승해 이제 절반 이상의 국민이 주 1회 이상 OTT를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됩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여기서 OTT(Over The Top)란, 인터넷망을 통해 영화·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합니다. 넷플릭스, 왓챠, 티빙 등이 대표적이죠.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OTT가 편리한 건 맞는데, 그 편리함이 쌓일수록 극장이 주던 어떤 감각이 점점 희미해지더군요. 어두운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스크린을 바라보는 그 집단적 몰입감은, 아무리 좋은 TV 화면도 재현하기 어려운 경험입니다. 영화학에서는 이를 시네마틱 익스피리언스(cinematic experience)라 부르는데, 단순히 영상을 '보는 것'을 넘어 관객이 어두운 극장 안에서 타인과 함께 감정을 공유하는 사회적 관람 행위 전체를 가리킵니다.

'극장의 시간들' 관객과의 대화(GV, Guest Visit)에서 장건재 감독이 꺼낸 발언이 꽤 날카로웠습니다. GV란 영화 상영 후 감독이나 배우가 직접 관객과 질의응답을 나누는 자리를 말하는데, 그 자리에서 그는 "한국 영화의 위기를 논하는 이들이 오히려 위기의 주범일 수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위기 담론을 소비하는 것 자체가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역설이었는데, 제가 직접 그 맥락을 접하고 나서 한동안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김동호 위원장이 감독한 '미스터 김, 영화관에 가다'처럼 극장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잇달아 나오는 현상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극장이라는 공간의 사회적 가치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 역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의 운영 지원을 꾸준히 확대해오고 있어, 시네큐브 같은 공간이 단순한 상업적 생존을 넘어 문화적 거점으로 기능하는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극장의 시간들'을 OTT로 보는 아이러니가 없지 않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이 영화의 주제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줬습니다. 극장을 그리워하는 영화를, 극장 밖에서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정직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요약: OTT 시대에도 시네마틱 익스피리언스는 대체되지 않으며, '극장의 시간들'은 그 본질적 가치를 되묻는 작품으로서 지금 이 시점에 더욱 유효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극장의 시간들'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제가 감상할 당시에는 OTT 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스트리밍 플랫폼 별 서비스 제공 여부는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왓챠·티빙·네이버 시리즈온 등에서 제목을 직접 검색해보시는 방법이 가장 정확합니다.

 

Q. 세 단편 중 어느 편이 가장 볼 만한가요?

A. 완성도나 감동 면에서 윤가은 감독의 '자연스럽게'가 가장 보편적인 공감을 얻는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저는 오히려 장건재 감독의 '영화의 시간'이 여운이 길었는데, 어떤 편이 마음에 닿을지는 보는 분의 극장에 대한 기억과 맥락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Q. 시네큐브는 어떤 극장인가요?

A.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독립·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으로, 상업 멀티플렉스에서 다루기 어려운 독립영화와 해외 예술영화를 꾸준히 소개해온 공간입니다. 올해로 개관 25주년을 맞았으며, '극장의 시간들'은 그 기념 프로젝트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Q. 옴니버스 영화라 따로따로 봐도 되나요?

A. 세 편이 서사적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개별 단편으로도 감상이 가능합니다. 다만 세 편을 이어서 보면 '극장'이라는 주제가 서로 다른 각도에서 겹쳐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 가능하면 한 번에 이어 보시길 권합니다. 전체 러닝타임이 90분 내외라 부담도 크지 않습니다.

 

결론

'극장의 시간들'은 추억을 팔거나 위기를 한탄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종필, 윤가은, 장건재라는 각자의 언어를 가진 감독들이 극장이라는 공간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그 공간이 왜 아직도 존재해야 하는가를 각자의 방식으로 묻는 작품입니다. 세 편의 톤 차이가 때로는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이질감마저도 지금의 한국 영화가 처한 복잡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더 깊이 닿습니다. OTT로 봐도 충분히 의미 있었지만, 어두운 극장 좌석에서 타인과 함께 스크린을 바라보는 시네마틱 익스피리언스의 가치를 되새기는 영화를 바로 그 공간에서 마주하는 것이 가장 정직한 감상 방법일 것 같습니다. 가까운 독립영화 전용관에서 상영 중이라면, 한 번쯤 직접 그 자리에 앉아보시길 추천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LGsGiQLv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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