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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일주일 전, 예비 신부가 학교 총기 난사를 계획했었다고 고백합니다. 이 한 문장이 영화 《더 드라마》 전체를 끌고 갑니다. 저도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이게 로맨스 영화라고?" 싶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제가 예상한 것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술자리 고백 하나가 모든 걸 흔든다 — 영화 배경과 줄거리
《더 드라마》는 2024년 A24가 제작하고 국내에서는 9월 9일 개봉한 작품입니다. 감독은 노르웨이 출신 크리스토페르 보르글리로, 《드림 시나리오》를 연출한 감독입니다. 국내 상영 시간은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현재 영화관 상영은 거의 종료됐고, 쿠팡 플레이와 유튜브에서 구매해 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간단한 상황에서 출발합니다. 결혼을 일주일 앞둔 커플 엠마(젠데이아)와 찰리(로버트 패틴슨)가 친구 부부와 술자리를 갖습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살면서 저질렀던 가장 끔찍한 짓"을 고백하는 게임이 시작되죠. 한 명은 여자친구를 방패 삼아 개한테서 도망쳤다 하고, 다른 한 명은 어린 시절 행동이 느린 아이를 폐가 장롱 속에 가두고 도망쳤다 고백합니다. 그리고 찰리는 사이버불링(cyberbullying) — 온라인에서 특정 인물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행위 — 을 심하게 해서 이웃을 이사 가게 만들었다고 털어놓습니다.
마지막으로 엠마가 말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총기 난사를 구체적으로 계획해서 실제로 총을 학교에 가져갔다고. 실행은 안 했지만, 마음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마침 다른 학교에서 먼저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친구 부부 중 한 명이 총기 난사 피해자 가족인 게 밝혀지면서 술자리는 완전히 뒤집어집니다.
저도 이 장면을 보는 내내 꽤 불편했습니다. 불편한 게 당연한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연출이 그 감정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었습니다.
- 감독: 크리스토페르 보르글리 (노르웨이)
- 출연: 젠데이아(엠마), 로버트 패틴슨(찰리), 알리나 하임(레이첼)
- 배급: A24 (국내 태오픽처스)
- 상영 시간: 106분 / 15세 이상 관람가
- 현재 쿠팡 플레이, 유튜브에서 구매 가능
찰리의 멘탈이 무너지는 방식 — 블랙코미디 연출 분석
이 영화의 핵심은 사건이 아니라 심리 묘사입니다. 보르글리 감독은 심리극(psychological drama) — 인물의 내면 갈등과 감정 변화를 서사의 중심에 두는 장르 — 의 형식을 빌려 블랙코미디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블랙코미디(black comedy)란 불편하거나 어두운 소재를 웃음의 도구로 사용하는 장르를 말합니다. 직접 봤을 때, 이 두 장르의 결합이 의외로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연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습니다. 결혼 기념 사진 촬영 장면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총소리처럼 들리는 순간, 찰리가 매번 움찔거립니다. 대사 한 마디 없이 그 인물의 심리 상태를 전달하는 방식이 꽤 기가 막혔습니다. 또 엠마를 바라보는 찰리의 시선에 소녀 시절 아역 배우가 겹쳐 보이는 장면도 있는데, 이런 시각적 내러티브(visual narrative) — 대사 대신 이미지로 인물의 심리를 전달하는 연출 기법 — 가 영화 전반에 일관되게 깔려 있습니다.
찰리라는 인물을 보면서 제가 느낀 건 이겁니다. 이 남자는 엠마를 사랑하는 것 같긴 한데, 정작 자기가 붙잡고 있는 건 주변의 시선입니다. 친구 부부에게 엠마를 잘 보이게 하려고 실제로 없는 과거 트라우마를 지어내고, 그 거짓말이 쌓이면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꼬이죠. 선의로 시작한 행동이 관계를 더 망가뜨리는 아이러니, 이게 이 영화가 블랙코미디인 이유입니다.
반면 엠마는 다릅니다. 나중에 총기 소지 반대 캠페인까지 벌이는 인물로 변해 있습니다. 가장 어두운 과거를 가진 인물이 오히려 가장 앞으로 나아간 사람이 된 셈이죠. 제 경험상 이런 역설적 서사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 머릿속에 남습니다. A24 영화들이 대체로 그렇습니다. 출처: A24 공식 사이트
이 영화가 던지는 진짜 질문 — 도덕적 기준과 관계의 실전 적용
영화를 보고 나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건 줄거리가 아니었습니다. "나라면 어디까지 용납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이건 이 영화가 관객에게 의도적으로 던지는 도발입니다.
도덕적 상대주의(moral relativism) — 옳고 그름의 기준이 개인이나 문화에 따라 다르다는 관점 — 의 시각에서 보면, 이 영화의 네 인물 중 누가 제일 나쁜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옵니다. 실제로 심리학 연구에서도 같은 행동에 대한 도덕적 판단이 문화권과 개인 경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출처: 미국심리학회(APA))
저도 처음에는 폐가 장롱 사건의 레이첼이 제일 나쁘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곱씹어 보면 찰리의 사이버불링도 실제 사람을 이사 가게 만든 구체적인 피해를 낳은 행동입니다. 엠마의 경우는 계획 단계에서 멈췄지만, 멈춘 이유가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었다는 점이 더 불편하게 작용합니다. 영화는 이 판단을 관객에게 위임합니다. 정답을 주지 않습니다.
이런 구조는 실제 관계에서도 충분히 마주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가까운 사람의 예상치 못한 과거를 알게 됐을 때, 그 사람을 어떻게 볼 것인가. 제 경우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과거의 행동"보다 "그 이후에 어떤 사람이 됐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답은 아니고, 그냥 제가 내린 잠정적인 결론입니다.
제목 《더 드라마》의 의미도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납득이 됩니다. 각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사건을 재편집하고, 각자의 드라마를 씁니다. 같은 사실을 두고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 그게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 같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더 드라마 지금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현재 대부분의 극장에서 내린 상태입니다. 쿠팡 플레이와 유튜브에서 개별 구매 후 감상할 수 있습니다. OTT 정식 서비스 출시 일정은 아직 확정된 정보가 없으므로, 플랫폼별 업데이트를 직접 확인하시는 게 빠릅니다.
Q. 더 드라마 잔인하거나 무섭나요?
A. 직접적인 폭력 장면이나 공포 연출은 없습니다. 다만 소재 자체가 총기 난사, 사이버불링 등 불편한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묵직하게 느껴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15세 이상 관람가 기준이며, 정서적으로 예민한 분이라면 참고하시는 게 좋습니다.
Q. 로버트 패틴슨이랑 젠데이아 실제 커플인가요?
A. 실제 연인 관계는 아닙니다. 두 배우는 《더 드라마》와 《오디세이》 등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스크린 위 케미스트리가 워낙 자연스러워서 그런 질문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Q. A24 영화가 다 이런 분위기인가요?
A. A24는 장르보다 연출 개성을 우선시하는 배급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드소마》처럼 공포 계열도 있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처럼 SF 코미디도 있습니다. 공통점은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푼다"는 점입니다. 《더 드라마》도 그 계보에 있습니다.
결론
《더 드라마》는 소재만 보면 불편한 영화입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면 이상하게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군더더기 없이 두 인물의 심리에 집중하고, 결말도 생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 줄 수 있는 점수는 5점 만점에 4점입니다. 명작이라고 하기엔 좀 과하지만, 한 번은 볼 만한 영화라는 기준에서는 충분히 추천할 수 있습니다.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가 예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젠데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이 둘이 왜 이렇게 주목받는지, 영화 보고 나서 어느 정도 납득했습니다. OTT에 풀리면 한번 챙겨 보시길 권합니다. 어렵지 않고, 106분이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