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 이후 45년. 시리즈는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팬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는데, 페데 알바레즈 감독의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그 긴 방황에 마침표를 찍을 만한 복귀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저도 주말 저녁 불 꺼놓고 혼자 OTT로 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잘 만들었다는 걸 알면서도, 뭔가 한 가지가 계속 마음에 걸렸거든요.

장르적 성취 — 기본기로 정확히 꽂히는 폐쇄 공간 스릴러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선택한 전략은 명확합니다. 세계관을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고, 폐쇄 공간 스릴러(Closed Space Thriller)라는 장르 문법에 철저히 복종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폐쇄 공간 스릴러란, 외부 탈출이 불가능한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추격과 생존의 긴장감을 핵심 동력으로 삼는 서브장르를 의미합니다.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자신의 전작 〈맨 인 더 다크〉에서 이미 이 문법을 한 번 증명한 바 있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열 감지(Thermal Detection) 잠입 액션 시퀀스였습니다. 열 감지란 에이리언이 적외선으로 체온을 감지해 먹잇감을 추적하는 설정으로, 이 영화에서는 이 메커니즘을 역이용한 잠입 장면이 등장합니다. 좁은 우주 정거장 복도를 배경으로, 인물들이 체온을 숨기며 에이리언 바로 옆을 통과하는 그 몇 분이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라고 말하게 만든 순간이었습니다.
시리즈 팬들 사이에서는 "1편의 공포 스릴러와 2편의 액션 문법 중 어느 쪽에 더 가깝냐"는 논의가 꽤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두 문법을 반반씩 섞었다기보다, 1편의 고립감을 베이스로 깔고 2편의 속도감으로 박차를 가하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이 절충이 과하지 않고 절제되어 있어서 오히려 몰입이 잘 됐습니다. 출처: Rotten Tomatoes — Alien: Romulus에서도 비평가 점수 79%, 관객 점수 83%로, 시리즈 근작 중 이례적으로 고른 평가를 받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 폐쇄 공간 스릴러: 우주 정거장 모듈 '로물루스'를 무대로, 탈출 불가능한 밀실 공포를 극대화
- 열 감지 잠입 시퀀스: 에이리언의 적외선 감지 능력을 역이용한 창의적인 액션 설계
- 1편·2편의 장르 문법 절충: 공포 스릴러의 고립감 + 액션 장르의 박진감을 과하지 않게 배합
남매애 — 서사의 중심을 잡는 감정적 앵커
에이리언 시리즈가 거대 담론을 즐긴다는 건 팬이라면 다 아는 사실입니다. 웨이랜드-유타니(Weyland-Yutani) 기업의 제국주의적 야망, 제노모프(Xenomorph)라는 완전한 생명체 앞에서 인류가 느끼는 실존적 공포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그 거대한 배경을 뒤로 밀어두고, 주인공 레인과 안드로이드 형제 앤디 사이의 남매애를 서사의 감정적 앵커(Emotional Anchor)로 삼습니다. 여기서 감정적 앵커란, 관객이 극의 공포와 혼돈 속에서도 특정 관계에 감정적으로 붙들려 있게 만드는 서사 장치를 뜻합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앤디라는 안드로이드 캐릭터가 예상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안드로이드와 인간 사이의 경계를 로물루스와 레무스 신화, 즉 늑대 손에 자란 쌍둥이 형제 이야기로 변주한 설정이 단순한 설정 이상의 울림을 줬습니다. 영화 제목 '로물루스'가 단순히 우주 정거장 이름이 아니라 이 관계성 자체를 상징한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또 한 가지, 이 영화에는 트롤리 딜레마(Trolley Problem)를 변형한 윤리적 질문이 등장합니다. 트롤리 딜레마란 다수를 구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해도 되는가라는 고전적 윤리 사고 실험입니다. 비오르라는 인물의 트라우마와 웨이랜드-유타니 기업의 논리가 바로 이 구조 위에서 충돌합니다. "인류를 위해서"라는 명목이 얼마나 쉽게 폭력을 정당화하는지, 제 경우엔 이 지점에서 잠깐 영화를 멈추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출처: IMDb — Alien: Romulus에서도 이 작품의 테마적 깊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리뷰가 다수 확인됩니다.
캐릭터 한계 — 리플리의 빈자리가 남기는 아쉬움
장르적 완성도와 감정선, 두 가지 모두 합격점을 준 상태에서도 제가 영화가 끝난 뒤에 계속 마음에 걸렸던 건 딱 하나였습니다. 주인공 레인의 캐릭터 아우라가 시리즈의 아이콘인 리플리(Ripley)에 비해 뚜렷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이걸 단순히 배우 개인의 역량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보다 캐릭터 설계 자체의 한계라고 봅니다.
리플리가 강렬했던 건 단순히 강해서가 아닙니다. 그녀는 공포 앞에서 무너졌다가도 자신의 의지로 다시 일어서는, 주체적인 성장 서사(Character Arc)를 갖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성장 서사란, 캐릭터가 극 초반의 약점이나 결핍을 극복하며 변화하는 내면의 여정을 의미합니다. 레인은 이 여정이 다소 단선적으로 그려져, 위기가 닥칠 때마다 반응하는 인물에 머무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물론 이런 시각에 반론도 있습니다. "전작들도 속편이 거듭될수록 리플리가 강해진 것이지, 처음부터 완성된 캐릭터가 아니었다"는 주장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1979년 〈에이리언〉의 리플리도 어떤 면에서는 생존 자체가 목표인 인물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레인이 시리즈를 이어가며 성장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단독 영화로 봤을 때, 레인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머릿속에 남는 캐릭터냐고 물으면, 솔직히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에이리언 시리즈를 처음 보는 사람도 로물루스 바로 봐도 되나요?
A. 시리즈를 전혀 모르더라도 관람 자체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직접 봤을 때, 1979년작 〈에이리언〉을 먼저 본 상태에서 보는 것이 설정의 무게감이나 공간적 공포를 훨씬 깊이 체감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완전 처음이라면 1편 먼저 보시는 걸 권합니다.
Q.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시리즈 몇 편 사이 이야기인가요?
A.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1979년작 1편과 1986년작 〈에이리언 2〉 사이의 약 20년 공백을 배경으로 합니다. 직접적인 속편이나 스핀오프라기보다 1편과 2편 사이를 채우는 사이드스토리에 가깝습니다. 시리즈 연표를 알면 배경 이해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Q. 공포 영화 잘 못 보는 사람도 볼 수 있는 수준인가요?
A. 고어(gore) 연출이나 점프스케어(jumpsceer)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제 경우엔 불 끄고 혼자 봤는데 심장이 꽤 쫄렸습니다. 순수 공포 영화보다는 액션 스릴러에 가깝기 때문에, 호러보다 서스펜스에 반응하는 분이라면 오히려 더 잘 맞을 수도 있습니다. "무서운 건 싫지만 긴장감은 좋다"는 분들에게 더 적합한 작품이라고 봅니다.
Q. 앤디가 안드로이드인데 왜 남매처럼 나오나요?
A. 레인이 어린 시절부터 앤디와 함께 자랐기 때문입니다. 안드로이드임에도 혈육 이상의 유대를 형성한 관계라는 설정이 영화의 감정적 중심입니다. 이 관계가 로물루스·레무스 신화의 변주라는 점을 알고 보면 두 캐릭터의 서사가 훨씬 풍부하게 읽힙니다.
결론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시리즈가 오랫동안 잃고 있던 것, 즉 폐쇄 공간에서 오는 근원적인 공포와 장르 문법의 정직한 쾌감을 정확하게 되돌려놓은 작품입니다. 세계관을 억지로 넓히지 않고 잘 만든 스페이스 호러 한 편으로 승부한 선택이 결국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메인 캐릭터 레인의 아우라가 리플리 수준에 닿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분명히 남습니다. 그럼에도 장르 영화로서의 기본기를 이 정도로 충실히 증명한 신작은 드물었습니다. 에이리언 시리즈에 이미 익숙한 분이든, 이번이 첫 입문이든, 불 꺼놓고 스릴을 즐기고 싶은 밤이라면 저는 이 영화를 고르는 데 망설이지 않겠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TUnZKAOX-g&list=PLUpgTv3bu9rHWFdteoNvZs5T5LSrG6j6j&index=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