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우디 앨런 감독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특유의 건조한 연출이 제 취향과 거리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넷플릭스 찜 목록에 오래 묵혀두었던 블루 재스민을 주말에 꺼내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두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재스민이라는 인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재스민의 몰락 — 화려함 뒤에 감춰진 공모영화는 뉴욕 상류층으로 살던 재스민이 남편 할의 금융 사기와 불륜이 터지면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이 설정을 들었을 때, 저는 재스민을 단순한 피해자로 읽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재스민은 폰지 사기(Ponzi scheme)의 수혜자였습니다. 폰지 사기란 신규 투..
엄마가 된다는 건 나를 잃는 일이 아니라고들 말하지만, 실제로 육아 한복판에 있으면 그 말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리는지 압니다. 영화 는 셋째를 낳은 뒤 무너져가는 주인공 마를로의 이야기를 통해 산후우울증과 여성의 정체성 상실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야간보모가 구원자라는 믿음, 진짜일까영화를 보기 전까지 저는 가 '야간보모 덕분에 삶이 나아지는 육아 힐링 영화'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육아 스트레스를 다룬 작품은 외부의 도움이 오면 상황이 반전된다는 공식을 따라가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봤더니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영화 속 마를로는 셋째 출산 이후 수면 박탈(sleep deprivation) 상태에 빠집니다. 여기서 수면 박탈이란 단순히 잠이 부족한 것을 넘어, 인지 기능과 감정 조절 능력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