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나오는 길에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보통 영화를 보고 나면 "재밌었다" 혹은 "별로였다" 둘 중 하나인데,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 《디거》는 그 어디에도 딱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석유 재벌의 위선과 자본 권력의 구조를 블랙코미디(Black Comedy) 형식으로 풀어낸 이 영화, 저는 관람 내내 감탄과 불편함을 동시에 느꼈습니다.블랙코미디가 해부하는 자본가의 심리구조회의 시간에 상사가 불편한 보고를 듣자마자 화제를 돌리는 장면을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저는 영화 초반 디거 록웰의 행동을 보면서 그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디거는 시추 현장의 균열 경고를 수십 통의 이메일로 받고도 "어디에 경고가 있냐"고 묻습니다. 정보를 못 받은 게 아니라,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집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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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9.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