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창동 감독 영화를 볼 때마다 "이번엔 좀 편하게 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습니다. 그런데 매번 실패합니다. 영화 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 속 이야기가 아니라 제 삶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2시간 40분짜리 영화 한 편이 이렇게 오래 남을 줄은 몰랐습니다.정교한 미장센, 처음부터 답을 숨겨두다이창동 감독 영화를 보고 나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 장면이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었구나." 가능한 사랑의 도입부도 그랬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신발끈을 묶어주라고 지시하는 장면, 처음엔 그냥 일상의 한 컷으로 보이죠. 그런데 후반부에서 타인이 그 신발끈을 직접 묶어주는 장면이 나오는 순간, 저는 숨이 멎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미장센(mise-en-scèn..
OTT를 켜고 뭘 볼까 고민하다가 결국 예전에 저장해 둔 작품을 꺼내는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왓챠 찜 목록에 묻혀 있던 세르히 로즈니차 감독의 를 불 꺼놓고 혼자 틀었는데, 두 시간이 지나도록 자리에서 한 번도 못 일어났습니다. 단순히 무거운 역사 영화겠거니 예상했던 것과 달리, 영화의 형식 자체가 내용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작품이었습니다.스탈린 대숙청, 스크린 위의 공포가 작동하는 방식의 배경은 1937년에서 1938년 사이, 이른바 스탈린 대숙청기입니다. 스탈린 대숙청이란 소련의 스탈린이 혁명 동지였던 트로츠키, 카메네프, 지노비에프 등을 포함해 잠재적 반대 세력을 대규모로 제거한 정치적 폭력 사태를 가리킵니다. 이 시기에만 약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