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OTT를 뒤적이다 별 기대 없이 틀었던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던 경험이 있습니다. 영화 '워스(Worth)'가 딱 그랬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직접 추천했다는 문구에 이끌려 시작했는데, 9·11 테러 이후 피해자 보상 기금을 둘러싼 실화가 이렇게까지 묵직한 철학적 질문을 던질 줄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생명의 값을 계산한다는 것 — 9·11 보상기금의 탄생9·11 테러 직후, 미국 정부는 전례 없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피해자 유가족 한 명 한 명이 항공사, 보안 업체, 세계무역센터 등을 상대로 개별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하면 법적 책임 소재가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질 게 뻔했거든요. 그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꺼낸 카드가 바로 '9·11 피해자 보상 기..
마피아 영화에서 배신자는 늘 비겁한 쪽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그 공식을 뒤집습니다. 왓챠 메인 화면에 떠 있길래 큰 기대 없이 틀었다가, 두 시간 반을 숨 한 번 제대로 못 쉬고 봤습니다. 실존 인물 토마소 부세타의 이야기로, 이탈리아 역사를 뒤흔든 마피아 소탕 작전의 실체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입니다.마피아 역사 — 부세타가 선 자리마피아 영화가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은 달랐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가장 큰 차이는, 이 영화가 마피아를 낭만화하는 데 단 한 컷도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영화의 배경이 되는 2차 마피아 전쟁은 1980년대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피로 물들인 파벌 충돌입니다. 당시 기존 조직인 이른바 '최욱파'의 영역을 신진 세력 '수산입파'가 빼앗으려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