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나오는 길에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보통 영화를 보고 나면 "재밌었다" 혹은 "별로였다" 둘 중 하나인데,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 《디거》는 그 어디에도 딱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석유 재벌의 위선과 자본 권력의 구조를 블랙코미디(Black Comedy) 형식으로 풀어낸 이 영화, 저는 관람 내내 감탄과 불편함을 동시에 느꼈습니다.블랙코미디가 해부하는 자본가의 심리구조회의 시간에 상사가 불편한 보고를 듣자마자 화제를 돌리는 장면을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저는 영화 초반 디거 록웰의 행동을 보면서 그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디거는 시추 현장의 균열 경고를 수십 통의 이메일로 받고도 "어디에 경고가 있냐"고 묻습니다. 정보를 못 받은 게 아니라,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집중해서..
주말 오후, OTT 메인 화면에 뜬 영화 하나를 별 기대 없이 틀었다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한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영화 을 보고 정확히 그랬습니다. 숀 펜, 나오미 왓츠, 베니치오 델 토로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됐고, 영화가 끝난 후에는 꽤 오랫동안 가슴 한편이 묵직하게 눌려 있었습니다. 인간의 죄의식과 복수, 그리고 삶의 무게를 이토록 밀도 있게 담아낸 작품이 또 있을까 싶었거든요.21그램이라는 제목, 어디서 왔을까요솔직히 처음엔 제목이 좀 낯설었습니다. '21그램'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재생 버튼을 눌렀거든요. 영화를 보다 보니 1901년 미국의 의사 던컨 맥두걸이 수행한 실험 이야기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던컨 맥두걸은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체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