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10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연출, 자연의 시선, 타쿠미) 주말에 별 생각 없이 OTT를 뒤지다가 오래 찜해두고 미뤄온 영화를 드디어 틀었습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였는데, 잔잔한 아트하우스 영화겠거니 하고 소파에 느슨하게 기댔다가 허리를 세우게 됐습니다. 주민 설명회 장면에서부터 이미 예상을 빗나갔고, 엔딩은 제가 한동안 화면 앞에서 멍하니 있게 만들었습니다. 시각적 상징과 서사 구조를 꼼꼼히 뜯어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과정을 정리해 봤습니다.하마구치의 연출: 일상을 서스펜스로 끌어올리는 방식영화를 보기 전까지 저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느꼈던 그 결대로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느리고 섬세하되, 잔잔한 감독. 그런데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시작부터 다른 질감이었습니다. 장작을 패.. 2026. 8. 21.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원테이크, 메타구조, 생방송 촬영)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30분 동안 꺼버릴 뻔했습니다. 어설픈 연기, 흔들리는 화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좀비 클리셰. 그런데 그 30분을 버텼더니, 생각지도 못한 영화 한 편이 펼쳐졌습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B급 좀비물의 껍데기를 쓴, 영상 제작 현장에 대한 애정 어린 헌사입니다.원테이크 촬영, 그 37분이 견딜 만했던 이유처음에는 진짜로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화면 구도는 불안정하고, 배우들의 대사는 어딘가 어색하며, 좀비가 나타났는데도 긴장감보다 민망함이 먼저 밀려왔습니다. 제가 직접 OTT에서 틀어봤을 때 느낀 솔직한 첫인상은 그랬습니다.그런데 이 전반부 37분짜리 좀비물은 사실 원테이크(One-Take)로 찍혔습니다. 원테이크란 편집 없이 카메라를 한 번도 끊지 않고 처.. 2026. 8. 13. 영화 <8번 출구> (이상 현상, 무한 루프, 걷는 남자) 영화 ≪8번 출구≫는 동명의 인디 호러 게임을 원작으로 한 연출과 신선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니노미야 카즈나리 주연, 카와무라 겐키 연출로 제작되어 루프물 특유의 정막함과 공포를 스크린에 성공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원작 게임의 단순하면서도 기괴한 룰을 스크린 위에 정교하게 옮겨놓은 연출력에 감탄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지하도라는 일상적 공간이 순식간에 실존적 공포의 공간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이 엄청났고, 관객 역시 주인공과 함께 이상 현상을 감별하는 관찰자가 된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수작이었습니다. 지하철 통로와 이상 현상의 심리적 공포영화는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인 지하철 통로를 공포의 주 무대로 설정하며 관객의 방심을 유도합니다. 반복되는 벽면, 안내 .. 2026. 7. 23. 영화 <아버지와 이토 씨> (세대 갈등, 소통, 가족) 영화 (My Dad and Mr. Ito, 2016)는 감독 타나다 유키가 연출하고, 배우 우에노 주리와 리리 프랭키, 누카미즈 요요가 출연한 일본의 휴먼 드라마 작품입니다. 개인적인 감상 이 영화를 보면서 가족이라는 가장 가깝고도 먼 관계의 본질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따뜻한 휴머니즘에 기대기보다, 인물 사이의 서늘한 거리감과 현실적인 갈등을 담담한 시선으로 포착해 낸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억지로 이해나 화해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타인과 가족의 경계에서 느껴지는 쓸쓸함과 온기를 절묘하게 교차시켜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1. 세대 갈등과 타인이라는 선우리는 흔히 가족 관계가 피로 맺어진 무조건적인 울타리라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그 끈끈함이 서로를 옥죄는 거대한 세대 갈등.. 2026. 7. 19.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