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OTT 메인 화면을 멍하니 넘기다가 손이 멈춘 포스터가 있었습니다. 1990년작 '귀여운 여인(Pretty Woman)'이었습니다. 줄거리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다시 틀게 됐습니다. 33년 전 영화를 지금 다시 정주행하면서, 제가 느낀 건 단순한 향수 그 이상이었습니다.비비안이라는 캐릭터, 처음엔 그냥 신데렐라인 줄 알았습니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다시 보기 전까지는 '귀여운 여인'을 전형적인 신데렐라 서사, 즉 가난한 여성이 부유한 남성을 만나 구원받는 단순한 공식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다시 보니, 비비안이라는 캐릭터는 그 공식 안에 갇히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비비안은 고상한 상류층의 시선 앞에서도 쾌활함을 잃지 않습니다. 명품 거리 로데오 드라이브..
주말에 잔잔한 영화 한 편 틀었다가 세 시간을 꼼짝 못 한 경험이 있으신지요. 저는 지난 주말이 딱 그랬습니다. 별 기대 없이 OTT에서 고른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게 만들었습니다. 1985년에 아카데미 7개 부문을 석권한 작품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금 다시 봐야 할 이유와 냉정하게 짚어봐야 할 지점이 동시에 존재했습니다. 대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일군 여자영화를 보기 전까지 저는 막연히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 영화의 진짜 무게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한 여성이 낯선 땅에서 스스로를 세워나가는 과정에 있었습니다.카렌 블릭센은 남편 브로르가 자신의 자금으로 매입한 케냐의 농지에서 커피 농장을 일구기 시작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