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창동 감독 영화를 볼 때마다 "이번엔 좀 편하게 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습니다. 그런데 매번 실패합니다. 영화 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 속 이야기가 아니라 제 삶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2시간 40분짜리 영화 한 편이 이렇게 오래 남을 줄은 몰랐습니다.정교한 미장센, 처음부터 답을 숨겨두다이창동 감독 영화를 보고 나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 장면이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었구나." 가능한 사랑의 도입부도 그랬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신발끈을 묶어주라고 지시하는 장면, 처음엔 그냥 일상의 한 컷으로 보이죠. 그런데 후반부에서 타인이 그 신발끈을 직접 묶어주는 장면이 나오는 순간, 저는 숨이 멎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미장센(mise-en-scèn..
5발들이 리볼버에서 6발의 총성이 울렸습니다. 사라진 2발의 탄환은 어디로 갔을까요. 허진호 감독의 신작 《암살자(들)》은 바로 그 공백에서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화려한 캐스팅보다 이 미스터리한 설정에 먼저 눈이 꽂혔습니다.사라진 두 발의 탄환 — 팩션 스릴러로서의 기획 의도《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장에서 발생한 박정희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을 다룹니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문세광이 소지했던 총기는 5발들이 리볼버였는데, 그날 실제로 울린 총성은 6발이었습니다. 첫 발은 문세광 본인의 허벅지에, 두 번째는 단상에, 세 번째는 태극기에 맞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나머지 2발의 행방이 공식적으로 불분명하다는 사실, 이게 이 영화의 출발점입니다..
국내 치매 환자 수는 2024년 기준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 숫자 뒤에 가려진 간병인의 이야기는 통계가 담지 못합니다. 얼마전 영화 시시회에서 김정태 배우가 감독과 주연을 직접 겸임한 영화 을 관람했는데, 잔잔한 가족극인 줄 알았다가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서 혼났습니다.간병 노동의 현실, 이 영화가 포착한 것영화는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리던 치매 노인 수님을 며느리 영주가 데려오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저는 이 첫 장면 하나에서 이미 이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직감했습니다. 영주는 치킨집 경영과 병수발을 동시에 혼자 감당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흔히 치매 영화라 하면 환자 본인의 기억이 지워지는 감성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돌봄 제공자, 즉 케어..
2005년 개봉한 한국 심리 스릴러 영화 는 여섯 명의 탐험대원이 남극의 '도달 불능점(Pole of Inaccessibility)'을 목표로 전진하다 하나씩 무너져 가는 이야기입니다. 상영관 타이밍을 놓친 채 거의 20년을 묵혀두다 최근 OTT로 처음 봤는데, 첫 장면부터 심장이 조여드는 느낌이 이렇게 강렬할 줄은 몰랐습니다.줄거리 — 80년 전 실종 탐험대와 겹쳐지는 섬뜩한 여정영화는 탐험 21일째, 대원들이 눈 속에 파묻힌 낡은 깃발과 기록을 발굴하는 장면에서 처음으로 속도를 확 끌어올립니다. 80년 전 남극에서 실종된 영국 탐험대의 기록이었는데, 그 대원 수가 정확히 여섯 명이었습니다. 지금 이 팀과 똑같이. 직접 보면서도 "설마 이게 복선이겠어?" 싶었는데, 그 이후로 장면마다 그 우연이 머릿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