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3 영화 <네버 렛 미 고> (복제 인간, 장기 기증, 존재론적 비극) 주말에 OTT를 뒤적이다 오래 묵혀둔 영화를 재생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기숙학교 성장 드라마겠거니 싶었는데, 20분도 안 돼서 등줄기가 서늘해졌습니다. 《네버 렛 미 고》는 복제 인간이라는 SF적 설정 위에 인간의 존엄성과 체념,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잔인하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화면만 바라봤습니다.복제 인간 시스템이 설계한 고립과 순응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초반에 헤일섬(Hailsham)이라는 학교가 왜 그렇게 아이들을 통제하는지 처음엔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담장 밖으로 공이 넘어가도 선뜻 찾으러 나가지 못하는 장면, 건강 검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교사들의 태도, 예술 창작물을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갤러리'의 존재. 개별 장면만.. 2026. 9. 8. 영화 <애프터 양> (가족 결속, 기억 미학, 상실 애도) 주말 저녁, OTT 앱을 한참 뒤적이다가 결국 예전부터 찜만 해두었던 영화를 틀었습니다. 애프터 양(After Yang, 2021)이었는데, 솔직히 처음엔 그냥 잔잔한 SF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화면을 끄지 못했습니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혼자 그 여운을 한참 씹었습니다. 상실과 기억, 그리고 가족이라는 관계를 이렇게 조용하게 건드리는 영화가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가족 결속: 아버지가 아닌 로봇이 보호자였다영화 초반, 가족이 함께 댄스 경연 대회에 출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처음엔 그냥 미래 배경의 귀여운 설정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그 장면이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대 위의 네 사람, 아니 세 사람과 한 안드로이드는 겉으로는 같은 팀처럼 보이지만 .. 2026. 8. 28.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 (미장센, 은유구조, 상실치유) 웨스 앤더슨 영화를 보고 "예쁘긴 한데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 느꼈다면, 그건 감상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웨스 앤더슨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특히 다층적인 서사 구조로 설계된 작품이라, 저도 처음엔 화면만 멍하니 쫓다가 끝났습니다. OTT로 뒤늦게 챙겨 봤을 때의 일입니다. 그런데 평론가의 해설을 찾아 들은 뒤 다시 떠올려보니, 영화 속 와플 한 조각과 핵폭발 장면이 왜 나란히 놓였는지가 비로소 이해됐습니다. 이 글은 그 해독 과정을 저 방식대로 정리한 기록입니다.미장센이 아름다울수록 서사가 안 읽히는 이유〈애스터로이드 시티〉를 처음 틀었을 때 제일 먼저 든 감정은 "와, 예쁘다"였습니다. 파스텔 계열의 채도 높은 색감, 화면을 수직·수평으로 쪼개는 기하학적 대칭 구도, 마치 인형.. 2026. 8.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