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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했을까> (조현병, 가족 방치, 조기 개입) 가족 중 누군가 마음의 병을 앓기 시작할 때,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설마'라는 말 뒤에 숨습니다. 다큐멘터리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바로 그 '설마'가 25년이라는 세월을 삼켜버린 한 가족의 기록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며 남 일 같지 않았던 건, 제 주변에서도 비슷한 일을 직접 겪어봤기 때문입니다.엘리트 가족이 조현병을 25년간 숨긴 이유영화 속 누나는 어린 시절 학생 부회장을 맡을 정도로 총명하고 다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생 무렵 친구의 죽음을 겪은 뒤부터 스스로 암에 걸렸다고 믿기 시작했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이유 없이 고함을 지르는 등 이상 행동이 점점 뚜렷해졌습니다. 병원을 찾았지만 당시 의료진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내렸고, 부모는 그 말을 붙잡고 다시 딸을 집으로 .. 2026. 8. 10.
<너바나 더 밴드> (게릴라 촬영, 골계미, 메타픽션) 꿈을 향해 17년을 버텼다는 말, 보통은 감동 코드로 읽힙니다. 그런데 그 17년의 목표가 세계 투어도 대형 페스티벌도 아니고, 토론토 작은 클럽 무대 하나라면 어떨까요. 영화 《너바나 더 밴드》를 처음 재생했을 때 제가 받은 첫 느낌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이게 진짜 코미디구나." 유머를 기대하고 틀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이상한 방향으로 웃겨서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게릴라 촬영이 만들어낸, 연기로는 못 만드는 웃음이 영화의 핵심은 게릴라 촬영 방식에 있습니다. 게릴라 촬영이란 허가 없이 실제 공공장소에서, 일반 시민들이 모르는 채로 카메라를 돌리는 촬영 기법을 말합니다. 세트장을 짓거나 엑스트라를 섭외하는 대신, 날 것 그대로의 현실 반응을 영상에 담아내는 방식이죠. 저는 이런 형식의 영화를 몇 편 본.. 2026. 8. 10.
<지느러미> (디스토피아, 오메가, 혐오 은유)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통일 대한민국이 디스토피아의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독립영화 《지느러미》는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더 스퀘어》와 《슬픔의 삼각형》을 제작한 필립 보베르가 참여한 작품입니다. 예고편의 기괴한 분위기에 이끌려 적은 상영관을 직접 찾아갔는데, 예상보다 훨씬 묵직한 것이 남았습니다.통일 대한민국이라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영화가 설계한 세계는 꽤 구체적입니다. 배경은 통일된 대한민국이지만, 자유로운 민주국가의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북한 체제의 분위기가 짙게 깔린 채로, 애국 이데올로기(ideology)가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사회입니다. 여기서 이데올로기란 특정 집단이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내면화시키려는 가치 체계를 말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얼굴에 검.. 2026. 8. 10.
<시크릿 에이전트> (트라우마, 기록과 기억, 역사 영화) 역사를 다룬 영화가 오히려 역사를 가릴 수도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시크릿 에이전트》를 극장에서 보고 나오면서 제가 처음 든 생각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161분. 총성 한 발 없이도 극장 안이 그토록 무겁게 가라앉을 수 있다는 걸, 제가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솔직히 믿지 못했을 겁니다.정치적 트라우마를 연출하는 방식 — 침묵이 공포보다 무섭다이 영화를 두고 "지루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분명 있습니다. 실제로 집에서 편하게 보다가 중간에 껐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극장 좌석에 앉아서 느낀 건 전혀 달랐습니다. 지루한 게 아니라, 숨이 막혔습니다.영화의 배경은 1977년 브라질 군사 독재 시기입니다. 여기서 군사 독재(Military Dictatorship)란 민간 정부 대신.. 2026.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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