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영화4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 (플롯, 슈퍼마더, 운명론) 공포영화를 보고 나서 무서웠다는 말 대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한 적 있으신가요? 저는 아리 에스터 감독의 를 다 보고 나서 딱 그 상태였습니다. 거실 불을 다시 켜고도 한동안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했는데, 무서워서가 아니라 멍해서였습니다. 장르는 공포인데, 남은 감정은 공포가 아니라 무력감이었습니다.해결되지 않는 이야기가 왜 더 무겁게 남는가요즘 날이 워낙 더워서 밖에 나가기도 싫고, OTT 목록만 멍하니 훑다가 오래 미뤄뒀던 이 영화를 재생했습니다. 유전이나 미드소마를 꽤 인상 깊게 봤던 터라,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쌓이고 터지는 경험을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전작들과 결이 완전히 달랐습니다.전작들은 이른바 '해결의 플롯' 구조를 따릅니다. 여기서 해결의 플롯이란.. 2026. 8. 26. 픽사 애니 <엘리오> (외로움, 비주얼, 픽사 계보) 픽사의 29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엘리오'를 디즈니플러스에서 봤습니다. 극장을 놓쳤을 때는 조금 아쉬웠는데, 직접 겪어보니 오히려 집에서 누워 보는 게 이 영화랑 잘 맞더라고요. 소년의 외로움이 파스텔빛 우주 안에서 천천히 녹아드는 이야기였습니다.주인공의 외로움, 그게 먼저 와닿았습니다극장 개봉 시기를 놓치고 한동안 미뤄두다가, 집에서 쉬는 날 별생각 없이 틀었습니다. 그런데 시작하고 10분도 안 돼서 등을 꼿꼿이 세우게 됐어요. 영화는 우주 박물관에서 시작하는데, 그 도입부가 생각보다 훨씬 묵직했습니다.엘리오는 부모를 잃고 고모와 단둘이 살아가는 소년입니다. 학교에서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지구라는 세계 자체가 본인에게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지는 아이예요. 이 설정이 저한테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2026. 8. 22. <센티멘탈 밸류> (예술적 공감, 감성적 가치, 가족 치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뭔가 크게 울었거나 충격을 받은 게 아닌데, 가슴 한켠이 오래도록 묵직하게 남아 있었거든요. 영화 《센티멘탈 밸류》는 단절된 가족이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그 안에 '개인의 고통이 예술을 만나면 어떻게 변하는가'라는 질문이 조용하게, 그러나 집요하게 깔려 있습니다. 화려한 사건 하나 없이도 이렇게 긴 여운이 남을 수 있다는 게, 제가 이 영화를 보며 가장 먼저 느낀 당혹감이었습니다. 예술적 공감이란 무엇인가 — 아는 것과 마주하는 것의 차이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장면은, 역사학자인 둘째 딸 아그네스가 할머니의 오래된 기록물을 들여다보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녀는 그 사실들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2026. 8. 12. 영화 <집 이야기> (시대적 소외, 공간의 상징성, 가족 서사) 주말 밤에 딱히 볼 게 없어서 OTT를 멍하니 넘기다가 포스터 하나에 손이 멈췄습니다. 영화 였는데, 솔직히 처음엔 그냥 잔잔한 가족 드라마겠거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 동안 화면이 꺼진 TV를 멍하니 바라보게 되더군요. 타인의 잠긴 문은 그렇게 능숙하게 열어주면서, 정작 자기 마음의 문 하나 열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가 생각보다 훨씬 깊이 박혔습니다. 시대적 소외 — 두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밀려나고 있었다영화가 설정한 두 인물의 직업 구도가 꽤 정교합니다. 딸 은서는 종이 신문 편집 기자입니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흐름 속에서 종이 신문은 이미 수년째 가파른 하락세를 걷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ABC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일간지의 유료.. 2026. 7.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