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기차, 낯선 얼굴 — 반복되는 8분의 공포영화는 시작부터 관객을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콜터 스티븐스 대위는 기차 안에서 눈을 뜨는데, 맞은편 여자는 그를 "션"이라고 부르고 거울 속에는 자신의 얼굴이 없습니다. 저는 이 첫 장면에서 진심으로 소름이 돋았습니다. 공포 영화도 아닌데 이 정도 불쾌한 이질감을 만들어내는 영화는 흔치 않습니다.혼란이 극에 달할 즈음 기차는 폭발하고, 그는 밀폐된 캡슐 안에서 깨어납니다. 거기서 비로소 개념이 설명됩니다. 바로 소스 코드(Source Code)입니다. 소스 코드란 이미 사망한 사람의 뇌에 남아 있는 단기 기억 잔상, 즉 죽기 직전 8분간의 기억 흔적에 접속해 그 시간을 반복 재생하는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 죽은 사람의 마지막 기억을 빌려 타는 것입니다.콜터는..
쿠팡플레이에서 볼 수 있는 운석 재난 영화라길래 CG 볼거리 위주일 거라 짐작했는데, 막상 화면을 채운 건 불타는 도시가 아니라 공군 기지 앞에서 울부짖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영화 《그린랜드》, 스펙터클보다 인간을 더 무섭게 그린 작품입니다.선별 생존 시스템이 드러낸 것들영화에서 가장 서늘했던 장면은 운석 충돌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공군 기지 입구에서 직종에 따라 탑승 여부가 결정되는 장면, 제가 직접 봤을 때 소름이 돋았습니다. 재난 앞에서도 사회적 쓸모가 없다고 판단된 사람은 밀려나는 구조, 이게 픽션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영화 속 시스템은 이른바 선별적 생존(Selective Survival) 구조입니다. 여기서 선별적 생존이란 사회 재건에 필요하다고 판단된 직군과 그 직계 가족에게만 대피 자원을 ..
넷플릭스 메인 화면을 한참 스크롤하다 결국 러닝타임 157분짜리 영화를 고른 적 있으신지요. 제가 딱 그랬습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2007년작 《조디악》은 화려한 액션 한 장면 없이도 157분 내내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미제 사건을 다룬 이 범죄 실화극이 어떻게 그 긴 시간을 꽉 채우는지, 직접 몰입해 본 입장에서 솔직하게 정리해 봤습니다.공포의 서막 — 조디악 킬러는 어떻게 세상을 뒤흔들었나영화가 시작하면 늦은 밤, 인적이 드문 곳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연인에게 정체불명의 차량이 접근해 총격을 가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잔인하거나 과장된 연출이 아닌데도 섬뜩함이 오래갔습니다. 그런데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범인은 곧바로 샌프란시스코의 신문사 크로니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스페인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이 정도 밀도가 있는 작품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주말 저녁 알고리즘에 이끌려 틀었다가 끝나고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던 작품, 입니다. 수직으로 뚫린 감옥 '홀'에서 위층이 먹다 남긴 음식만으로 버텨야 하는 극한의 생존 구조가 자본주의 사회의 양극화를 얼마나 정확하게 찌르는지, 보고 나서야 제대로 실감했습니다.디스토피아 설정 — 이 감옥, 구조 자체가 메시지입니다처음 장면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공수한 최고급 식재료로 정성껏 조리된 요리들이 거대한 수직 플랫폼, 즉 자기부상 방식으로 층층이 내려가는 배식 장치에 올려집니다. 여기서 자기부상 플랫폼이란 전자기력으로 바닥에 닿지 않고 공중에 떠서 이동하는 구조물을 뜻하는데, 영화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