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별 생각 없이 OTT를 켰다가 생각지도 못한 영화에 한 시간 반을 통째로 빼앗긴 적 있으신지요. 저는 지난 주말에 그랬습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를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엔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라고 가볍게 틀었다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랄까요. 단순한 재미 이상의 무언가가 분명히 있는 영화입니다.이 배경이 실화라고요? — 우정의 뿌리혹시 영화를 보면서 "이 마을, 실제로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셨나요? 저는 받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거의 실화에 가깝습니다.영화 속 가상의 어촌 마을 '포르토로소'는 이탈리아 북서부 리구리아주 해안에 실존하는 다섯 개 마을 '친퀘테레(Cinque Terre)'를 모델로 했습니다. 여기서 친퀘테레란 유네스..
솔직히 말하면, 저는 개봉 당시 이 영화를 일부러 피했습니다. "난해하다", "호불호가 극단으로 갈린다"는 말이 많아서 극장보다는 집 소파에서 편하게 보는 게 낫겠다 싶었거든요. 최근 OTT에서 드디어 봤는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어렵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 어려움이 불쾌하지 않았어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는 자전적 고백, 역사적 은유, 소년의 성장 서사가 겹겹이 쌓인 작품입니다. 이 글에서 제가 영화를 이해한 방식을 풀어보겠습니다.감독의 유년 시절이 그대로 녹아든 자전적 요소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건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기 자신에게 쓴 편지구나"였습니다. 주인공 마히토가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도쿄 대공습을 피해 시골 저택으로 피난 가는 설정은 감독 본인이 ..
픽사의 29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엘리오'를 디즈니플러스에서 봤습니다. 극장을 놓쳤을 때는 조금 아쉬웠는데, 직접 겪어보니 오히려 집에서 누워 보는 게 이 영화랑 잘 맞더라고요. 소년의 외로움이 파스텔빛 우주 안에서 천천히 녹아드는 이야기였습니다.주인공의 외로움, 그게 먼저 와닿았습니다극장 개봉 시기를 놓치고 한동안 미뤄두다가, 집에서 쉬는 날 별생각 없이 틀었습니다. 그런데 시작하고 10분도 안 돼서 등을 꼿꼿이 세우게 됐어요. 영화는 우주 박물관에서 시작하는데, 그 도입부가 생각보다 훨씬 묵직했습니다.엘리오는 부모를 잃고 고모와 단둘이 살아가는 소년입니다. 학교에서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지구라는 세계 자체가 본인에게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지는 아이예요. 이 설정이 저한테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