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선정한 역대 아시아 영화 100선 7위. 숫자만 봐도 묵직한데, 저는 이 영화를 OTT로 틀기까지 꽤 오래 망설였습니다. 17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발목을 잡았거든요. 그런데 다 보고 나서 느낀 건 딱 하나였습니다. 왜 이걸 이제야 봤나, 싶은 후회.양양의 시선 — 보지 못하는 것을 찍는 아이영화에서 제가 가장 오래 붙들고 있었던 장면은 화려한 도시 풍경도, 극적인 사건도 아니었습니다. 막내 양양이 카메라를 들고 사람들의 뒷모습만 찍어 다니는 장면이었습니다.양양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볼 수 없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 앞만 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보지 못하는 자신의 반쪽을 돌려주겠다는 발상입니다. 초등학생 아이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어려운 말이죠.이 장면을 두고 프리드..
케이시 애플렉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저는 OTT 추천 목록에 무심코 떠 있길래 그냥 틀었습니다. 그리고 보는 내내 가슴이 너무 먹먹해서 밤에 혼자 화면만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상실을 이렇게까지 정직하게 담아낸 영화가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트라우마를 '극복'하지 않는 주인공보스턴에서 건물 관리인으로 홀로 살아가는 리는 처음 봤을 때 그냥 퉁명스럽고 사회성 없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세입자 민원을 달고 살고, 감정 표현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건조한 인물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이 사람한테 감정이입이 될까 싶었습니다.형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듣고 고향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돌아가는 장면에서도 리는 막말을 쏟아내며 슬픔을 견딥니다. 눈물 한 방울 없이,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도 아닌 그 이상한 표..
솔직히 저는 '미션'을 40년 가까이 묵혀뒀습니다. 명작이라는 말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면서도 막상 틀 엄두를 못 냈죠. 주말 오후에 별생각 없이 OTT 메인에서 눌렀다가, 두 시간 넘게 자리를 못 떴습니다. 18세기 남미 이과수 폭포 너머를 배경으로 한 예수회 선교사들의 실화가 이렇게까지 복잡한 감정을 남길 줄은 몰랐습니다.오보에 한 대로 허문 벽, 그 뒤에 숨은 것들영화에서 제가 가장 먼저 무너진 장면은 가브리엘 신부가 과라니족 앞에서 오보에를 연주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적대적인 원주민들이 활을 겨누는 상황에서 그가 꺼낸 건 무기도 십자가도 아닌 악기 하나였죠. 흘러나오는 선율이 바로 '가브리엘의 오보에'입니다. 이 곡은 이후 팝페라(Pop Opera)—클래식과 팝을 혼합한 장르—로 재편곡되어 '넬..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을 본 척했습니다. "걸작이죠, 당연히 봤죠"라고 말해놓고 실제로는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 앞에서 번번이 도망쳤습니다. 지난 주말 드디어 OTT로 재생 버튼을 눌렀고,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습니다. 50년이 지난 영화가 이렇게 살아있을 줄은 몰랐습니다.시대적 배경 — 저예산 기획이 걸작이 된 이유1972년 개봉 당시 는 지금처럼 예술 영화로 기획된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파라마운트는 스튜디오 매출 랭킹 9위에 머물 정도로 재정난을 겪고 있었고, 마리오 푸조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저예산으로 빠르게 영화화한다는 것이 원래 목표였습니다. 제가 이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꽤 놀랐습니다. 그 묵직한 작품이 '저비용 흥행작' 기획에서 출발했다니요.여기서 '뉴 아메리칸 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