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일본의 '렌탈 패밀리' 서비스를 처음 들었을 때 그냥 기이한 문화 현상 정도로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를 보고 나서야, 그 안에 담긴 게 기이함이 아니라 필사적인 외로움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브랜든 프레이저가 연기한 도쿄의 이방인, 필립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고독의 산업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일반적으로 렌탈 패밀리 서비스는 '일본이라서 생긴 극단적인 문화'라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조금 다르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결혼식 하객, 부모, 연인을 대여해 주는 서비스가 일본 사회에 실재한다는 사실은 확인된 팩트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다 보니 그게 낯선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좀 더 노골화됐을 때의 모습처..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들이 연출했다는 소식에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예매했는데, 극장을 나오고도 한참 동안 여운이 가시질 않더군요. 소라 네오 감독의 첫 장편 《해피엔드》는 근미래 일본을 배경으로 고등학생 다섯 친구의 우정과 균열을 차분하게 쌓아 올린 작품입니다. 잔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그런 영화였습니다.근미래 디스토피아 속 다문화 정체성의 충돌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는데,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꽤 낯선 장면이 나옵니다. 경찰이 길거리에서 특정 학생에게만 신분 검문을 요구하는 장면인데, 그게 너무 자연스럽게 묘사돼서 처음엔 그냥 넘어갈 뻔했습니다. 그 학생이 바로 재일 한국인 4세인 코우였고, 저는 그 순간부터 이 영화가 단순한 청춘물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