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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느러미> (디스토피아, 오메가, 혐오 은유)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통일 대한민국이 디스토피아의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독립영화 《지느러미》는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더 스퀘어》와 《슬픔의 삼각형》을 제작한 필립 보베르가 참여한 작품입니다. 예고편의 기괴한 분위기에 이끌려 적은 상영관을 직접 찾아갔는데, 예상보다 훨씬 묵직한 것이 남았습니다.통일 대한민국이라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영화가 설계한 세계는 꽤 구체적입니다. 배경은 통일된 대한민국이지만, 자유로운 민주국가의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북한 체제의 분위기가 짙게 깔린 채로, 애국 이데올로기(ideology)가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사회입니다. 여기서 이데올로기란 특정 집단이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내면화시키려는 가치 체계를 말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얼굴에 검.. 2026. 8. 10.
<시크릿 에이전트> (트라우마, 기록과 기억, 역사 영화) 역사를 다룬 영화가 오히려 역사를 가릴 수도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시크릿 에이전트》를 극장에서 보고 나오면서 제가 처음 든 생각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161분. 총성 한 발 없이도 극장 안이 그토록 무겁게 가라앉을 수 있다는 걸, 제가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솔직히 믿지 못했을 겁니다.정치적 트라우마를 연출하는 방식 — 침묵이 공포보다 무섭다이 영화를 두고 "지루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분명 있습니다. 실제로 집에서 편하게 보다가 중간에 껐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극장 좌석에 앉아서 느낀 건 전혀 달랐습니다. 지루한 게 아니라, 숨이 막혔습니다.영화의 배경은 1977년 브라질 군사 독재 시기입니다. 여기서 군사 독재(Military Dictatorship)란 민간 정부 대신.. 2026. 8. 9.
<산양들> (입시 압박, 권력욕, 연대) 솔직히 저는 고등학교 때 '꿈이 없다'는 말이 이렇게 무서운 낙인이 될 줄 몰랐습니다. 영화 《산양들》을 보다가 그 시절 담임 선생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성적표 숫자 하나로 학생을 분류하고, 수시 실적을 채우기 위한 관리 대상으로 줄을 세우던 그 교실 풍경이 스크린 위에 그대로 펼쳐지더군요.입시 압박이라는 이름의 구조적 폭력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6등급'이라는 숫자가 사람을 어떻게 지워버리는지는 경험한 사람만 압니다. 영화 속 선생님은 꿈이 없는 학생들을 수시 지원 실적을 위한 도구로 취급합니다. 여기서 수시(隨時 전형)란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 없이 학생부, 봉사활동, 면접 등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스펙'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방식인데, 문제는 이 제도가 학생의 성장이 아.. 2026. 8. 9.
<미니언즈 앤 몬스터즈>(탄생 비화, 세계관, 흥행) 솔직히 저는 미니언즈를 그냥 귀여운 조연 캐릭터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 신작 예고편을 찾아보다가 제작 뒷이야기를 접하고 나서야, 이 캐릭터들이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된 존재인지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노란 캡슐 하나에 1,200장의 시안과 감독의 혼자 더빙이 담겨 있다는 사실,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기 어려웠습니다.탄생 비화 — 1,200장의 시안이 만들어낸 캡슐제가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솔직히 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트 디렉터가 최종 디자인을 확정하기까지 무려 1,200점의 시안을 그렸다는 것, 단순한 캐릭터 하나에 그 정도 노력이 들어갔다는 게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초기 기획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미니언즈는 원래 주인공 그루.. 2026.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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