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공간 안에서 네 명의 배우가 나누는 대화만으로 이렇게까지 흔들릴 줄은 몰랐습니다. 영화 는 총기 사건으로 자녀를 잃은 피해자 부부와 가해 학생의 부모가 6년 만에 한자리에 앉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설정이 머릿속에서 쉽게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상실의 무게가 같을 수 없다는 걸,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상실(loss)을 소재로 삼은 영화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여기서 상실이란 단순히 누군가를 잃는 사건이 아니라, 그 이후 삶의 맥락 전체가 무너지는 감각을 말합니다. 나 같은 작품도 그 감각을 깊이 있게 탐구했지만, 제가 를 보면서 느낀 건 조금 달랐습니다.대부분의 영화는 피해자의 시선에서 상실을 묘사합니다. 그게 자연스럽기도 하고, 관객이 감정이입하기도 쉽습니다. 그런데 는 가해자 부모..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 발자국도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멀고도 가까운》의 주인공 주노가 재개발 구역의 낡은 바(Bar)를 지키는 이유는 딱 하나, 죽은 연인이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미련 때문입니다. 저는 이 설정 하나만으로 이미 영화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 먹먹함이 결코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거든요.고립 — 멈춰버린 공간이 말하는 것이 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주목한 건 배우의 연기나 대사가 아니었습니다. 재개발 구역 한복판에 덩그러니 남겨진 주노의 바, 그 공간 자체였습니다.영화는 이 한정된 공간을 단순한 배경으로 쓰지 않습니다. 심리적 밀폐 공간(Enclosed Space)으로 활용하는데, 쉽게 말해 주인공의 억압된 내면을 물리적 장소로 가시..
영화를 다 봤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잠을 잘 수 있다면, 그건 제대로 본 게 아닐지 모릅니다. 샬롯 웰스 감독의 을 OTT로 다시 꺼내 본 날 밤, 저는 그냥 잠들지 못했습니다.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흘려보낸 디테일들이 두 번째 시청에서 전부 되살아나면서, 가슴 한가운데가 서늘하게 내려앉았습니다.따뜻한 휴가 영화라고 생각했다면, 그게 함정입니다포스터만 보면 아버지와 딸이 튀르키예 햇살 아래 함께 웃는, 소담한 성장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봤습니다. 그래서 극장에서 첫 관람 당시에는 뭔가 놓친 것 같은 묘한 찜찜함만 남긴 채 나왔습니다.그런데 두 번째로 다시 봤을 때는 달랐습니다. 영화의 실제 구조는 어른이 된 소피가 아버지와의 여행에서 남겨진 캠코더 영상을 되짚으며, 과거에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