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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구 최후의 밤> (몽환적 서사, 롱테이크, 작가주의)

영화가 시작된 지 정확히 1시간이 지나는 순간, 타이틀이 뜹니다. 제가 이 구조를 처음 경험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조금 멍했습니다. 지금까지 본 게 사실상 '프롤로그'였다는 걸 그제야 알아챘거든요. 비간 감독의 '지구 최후의 밤'은 그런 영화입니다.1시간짜리 서문, 그리고 진짜 영화가 시작된다주말 밤에 불을 꺼두고 OTT로 틀었는데, 처음 한 시간은 솔직히 좀 힘들었습니다. 전개가 느리고, 시간대가 뒤섞이고, 어디로 가는 이야기인지 가늠이 잘 안 됐습니다. '이게 맞나?' 싶어서 몇 번이나 자세를 고쳐 앉았던 기억이 납니다.그런데 딱 1시간이 지나는 시점에 타이틀 시퀀스, 즉 오프닝 타이틀이 등장합니다. 오프닝 타이틀이란 보통 영화 맨 앞에 나오는 제목 화면인데, 이 작품은 그걸 의도적으로 1시간 뒤로 ..

카테고리 없음 2026. 9. 28. 03:00
영화 <포제션> (이자벨 아자니, 미장센, 칸영화제)

솔직히 저는 1981년작이라는 말을 듣고 고전 특유의 정적이고 관조적인 영화를 상상했습니다. 그 선입견이 얼마나 크게 빗나갔는지, 첫 장면이 끝나기도 전에 깨달았습니다. 안제이 줄라브스키 감독의 '포제션(Possession)'은 뤼미에르 형제 시절부터 이어져 온 "영화는 현실을 담는 그릇"이라는 통념을 정면으로 부수는 작품입니다. 리마스터링을 거쳐 국내에 처음으로 정식 개봉한 지금, 이 영화가 왜 40년 넘게 시네필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됐는지 데이터와 장면 분석을 통해 짚어보겠습니다.이자벨 아자니와 칸영화제 — 연기가 아니라 소진이었다제가 처음 이 영화를 접한 건 OTT 화면이었는데, 화질이 달라진 리마스터링 버전임에도 이자벨 아자니의 얼굴 클로즈업이 주는 압박감은 고스란히 전달됐습니다. 배우가 연기..

카테고리 없음 2026. 9. 28. 01:00
영화 <하나 그리고 둘> (양양의 시선, 거리두기, 아시아 영화)

부산국제영화제가 선정한 역대 아시아 영화 100선 7위. 숫자만 봐도 묵직한데, 저는 이 영화를 OTT로 틀기까지 꽤 오래 망설였습니다. 17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발목을 잡았거든요. 그런데 다 보고 나서 느낀 건 딱 하나였습니다. 왜 이걸 이제야 봤나, 싶은 후회.양양의 시선 — 보지 못하는 것을 찍는 아이영화에서 제가 가장 오래 붙들고 있었던 장면은 화려한 도시 풍경도, 극적인 사건도 아니었습니다. 막내 양양이 카메라를 들고 사람들의 뒷모습만 찍어 다니는 장면이었습니다.양양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볼 수 없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 앞만 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보지 못하는 자신의 반쪽을 돌려주겠다는 발상입니다. 초등학생 아이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어려운 말이죠.이 장면을 두고 프리드..

카테고리 없음 2026. 9. 25. 01:00
영화 <미세리코르디아> (장례식, 욕망, 필리프 신부)

이동진 평론가가 5점 만점을 준 프랑스 영화가 있습니다. 알랭 기로디 감독의 입니다. 솔직히 처음 그 평점을 봤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알랭 기로디라는 이름 자체가 워낙 난해함과 동의어로 통하다 보니, 제가 과연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재생 버튼을 누르고 나서는 그런 걱정이 기우였음을 금방 알게 됐습니다.장례식으로 시작해 장례식으로 끝나는 구조의 의미일반적으로 프랑스 예술 영화라 하면 서사보다 형식이 앞서는 난해한 작품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제 경험상도 그랬고요. 그런데 는 달랐습니다. 스토리 자체가 흥미진진해서 첫 장면부터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갔습니다.영화는 순환 서사(circular narrative) 구조를 취합니다. 순환 서사란 작품의 시작점과 끝점이 동일한 사건이나 장면..

카테고리 없음 2026. 8. 2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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