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기념하는 마음으로 영화 를 OTT로 틀었는데, 끝나고 나서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영화 는 1940년대 일제강점기, 우리말 사전을 완성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사투리를 모았던 조선어학회 사건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가볍게 볼 생각이었는데, 평소 무심코 쓰던 우리말이 이렇게 지켜져 왔다는 사실이 새삼 가슴에 박혔습니다.OTT로 보게 된 계기, 그리고 첫인상극장 개봉 당시 주변에서 좋다는 말이 많았는데 타이밍을 놓쳐버렸습니다. 그렇게 묻어두다가 주말 오후에 OTT 목록을 훑다가 눈에 띄어 틀었는데, 제가 직접 처음 30분을 보면서 느낀 건 "생각보다 유쾌하다"였습니다.까막눈이었던 판수가 조선어학회에 흘러들어와 글을 배우는 과정이 코믹하면서도 온기가 있었습니다. 사실 민족주의를 정면으로 다루는 ..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놓쳤을 때 별로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버스 운전사가 시를 쓴다는 줄거리만 보고 "조용하겠다"는 편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OTT 찜 목록을 한 번 훑다가 결국 재생 버튼을 눌렀고, 영화가 끝난 뒤 한동안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짐 자무시 감독의 2016년작 은 특별한 사건 하나 없이도 사람 마음에 조용히 스며드는 영화입니다.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시 — 일상의 시영화를 보면서 제가 처음 느낀 건 당혹감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패터슨이 눈을 뜨고, 버스를 몰고, 퇴근 후 개를 산책시키고, 바에 들러 맥주 한 잔 마시고 집에 돌아오는 장면이 일주일 내내 반복됩니다. 처음 이십 분은 "이게 다야?"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반복이 이상..
1999년작 본 콜렉터(The Bone Collector)는 전신마비 법의학 수사관이 침대 위에서만 사건을 지휘한다는 설정 하나로 출발합니다. 처음 들었을 때 "그게 말이 되나?" 싶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오히려 이 제약이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떠받치는 기둥이더군요.침대 위의 수사관 — 배경설정이 만들어내는 서스펜스일반적으로 범죄 스릴러의 주인공은 직접 현장을 누비며 범인을 추적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본 콜렉터는 그 공식을 정반대로 뒤집습니다. 주인공 링컨 라임은 사고로 손가락 하나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사지마비(四肢麻痺), 즉 경추 손상으로 인해 목 아래 신체 기능 전체를 잃은 상태입니다. 뇌와 손가락 하나만 남은 셈이죠.제가 직접 봤는데, 이 설정이 처음엔 "답답하겠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영화가 시작된 지 정확히 1시간이 지나는 순간, 타이틀이 뜹니다. 제가 이 구조를 처음 경험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조금 멍했습니다. 지금까지 본 게 사실상 '프롤로그'였다는 걸 그제야 알아챘거든요. 비간 감독의 '지구 최후의 밤'은 그런 영화입니다.1시간짜리 서문, 그리고 진짜 영화가 시작된다주말 밤에 불을 꺼두고 OTT로 틀었는데, 처음 한 시간은 솔직히 좀 힘들었습니다. 전개가 느리고, 시간대가 뒤섞이고, 어디로 가는 이야기인지 가늠이 잘 안 됐습니다. '이게 맞나?' 싶어서 몇 번이나 자세를 고쳐 앉았던 기억이 납니다.그런데 딱 1시간이 지나는 시점에 타이틀 시퀀스, 즉 오프닝 타이틀이 등장합니다. 오프닝 타이틀이란 보통 영화 맨 앞에 나오는 제목 화면인데, 이 작품은 그걸 의도적으로 1시간 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