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76 영화 <스파이 브릿지> (법치주의, 냉전 협상, 인간 존엄) 1957년, 소련 스파이 루돌프 아벨은 브루클린에서 화가로 위장한 채 암호화된 정보를 수집하다 FBI에 체포됩니다. 처음 이 영화를 틀었을 때 저는 그냥 냉전 시대 첩보물 정도로 생각했는데, 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스파이 액션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법치주의를 건 변호, 도노반의 선택영화의 핵심은 적국 스파이를 변호하기로 결심한 보험 전문 변호사 제임스 도노반에게 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런 인물이 실화 속에 실재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믿기 어려웠습니다. 1957년 반공 정서가 극에 달했던 미국 사회에서 소련 스파이를 변호한다는 건, 법정에서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매국노라는 낙인을 감수하는 일이었으니까요.도노반이 지키려 했던 것은 적법 절차(Due Process)였습니다. .. 2026. 9. 27. 영화 <가능한 사랑> (미장센, 창작 윤리, 데칼로그) 저는 이창동 감독 영화를 볼 때마다 "이번엔 좀 편하게 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습니다. 그런데 매번 실패합니다. 영화 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 속 이야기가 아니라 제 삶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2시간 40분짜리 영화 한 편이 이렇게 오래 남을 줄은 몰랐습니다.정교한 미장센, 처음부터 답을 숨겨두다이창동 감독 영화를 보고 나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 장면이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었구나." 가능한 사랑의 도입부도 그랬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신발끈을 묶어주라고 지시하는 장면, 처음엔 그냥 일상의 한 컷으로 보이죠. 그런데 후반부에서 타인이 그 신발끈을 직접 묶어주는 장면이 나오는 순간, 저는 숨이 멎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미장센(mise-en-scèn.. 2026. 9. 26. 영화 <암살자(들)> (용의선상 캐스팅, 팩션 스릴러, 언론 검열) 5발들이 리볼버에서 6발의 총성이 울렸습니다. 사라진 2발의 탄환은 어디로 갔을까요. 허진호 감독의 신작 《암살자(들)》은 바로 그 공백에서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화려한 캐스팅보다 이 미스터리한 설정에 먼저 눈이 꽂혔습니다.사라진 두 발의 탄환 — 팩션 스릴러로서의 기획 의도《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장에서 발생한 박정희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을 다룹니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문세광이 소지했던 총기는 5발들이 리볼버였는데, 그날 실제로 울린 총성은 6발이었습니다. 첫 발은 문세광 본인의 허벅지에, 두 번째는 단상에, 세 번째는 태극기에 맞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나머지 2발의 행방이 공식적으로 불분명하다는 사실, 이게 이 영화의 출발점입니다.. 2026. 9. 26. 넷플릭스 영화 <아테나> (세 형제, 공권력, 사회적 분열) 주말 저녁, 별 기대 없이 넷플릭스를 켰다가 두 시간 내내 화면에서 눈을 못 뗀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라이너 추천작이라는 말에 가볍게 재생을 눌렀던 넷플릭스 영화 '아테나'는, 시청이 끝난 뒤에도 며칠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단순한 액션 영화인 줄 알았는데, 직접 겪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묵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세 형제가 대변하는 공권력과 분노의 균열영화는 프랑스의 이민자 밀집 주거 단지 '아테나'에서 시작됩니다. 이디르라는 소년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하고, 그 장면이 담긴 영상이 SNS를 타고 순식간에 퍼지면서 프랑스 전역이 들끓는다는 설정입니다. 제가 이 도입부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감각이었습니다. 실제로 200.. 2026. 9. 25.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6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