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02 영화 <애프터 양> (가족 결속, 기억 미학, 상실 애도) 주말 저녁, OTT 앱을 한참 뒤적이다가 결국 예전부터 찜만 해두었던 영화를 틀었습니다. 애프터 양(After Yang, 2021)이었는데, 솔직히 처음엔 그냥 잔잔한 SF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화면을 끄지 못했습니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혼자 그 여운을 한참 씹었습니다. 상실과 기억, 그리고 가족이라는 관계를 이렇게 조용하게 건드리는 영화가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가족 결속: 아버지가 아닌 로봇이 보호자였다영화 초반, 가족이 함께 댄스 경연 대회에 출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처음엔 그냥 미래 배경의 귀여운 설정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그 장면이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대 위의 네 사람, 아니 세 사람과 한 안드로이드는 겉으로는 같은 팀처럼 보이지만 .. 2026. 8. 28. 영화 <유전> (오컬트 구조, 운명론, 파이몬) 공포 영화를 봤는데 무서운 장면보다 영화가 끝난 뒤의 그 묵직한 불쾌감이 더 오래 남은 적 있으십니까. 저는 지난 주말 불 꺼진 방에서 아리 에스터 감독의 (Hereditary, 2018)을 다시 틀었다가 정확히 그 경험을 했습니다.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그 이유가 단순한 공포 때문이 아니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왜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오컬트 영화가 되었는지, 그 구조적 비밀을 직접 파헤친 내용을 공유합니다.오컬트 장르의 계보와 유전의 정교한 구조공포 영화가 무섭지 않다고 느끼는 분들, 혹시 '잘못된 장르'를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저도 한동안 점프스케어, 즉 갑작스러운 시각·청각 자극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2026. 8. 28. 영화 <애프터썬> (미장센, 애도, 기억) 영화를 다 봤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잠을 잘 수 있다면, 그건 제대로 본 게 아닐지 모릅니다. 샬롯 웰스 감독의 을 OTT로 다시 꺼내 본 날 밤, 저는 그냥 잠들지 못했습니다.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흘려보낸 디테일들이 두 번째 시청에서 전부 되살아나면서, 가슴 한가운데가 서늘하게 내려앉았습니다.따뜻한 휴가 영화라고 생각했다면, 그게 함정입니다포스터만 보면 아버지와 딸이 튀르키예 햇살 아래 함께 웃는, 소담한 성장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봤습니다. 그래서 극장에서 첫 관람 당시에는 뭔가 놓친 것 같은 묘한 찜찜함만 남긴 채 나왔습니다.그런데 두 번째로 다시 봤을 때는 달랐습니다. 영화의 실제 구조는 어른이 된 소피가 아버지와의 여행에서 남겨진 캠코더 영상을 되짚으며, 과거에 전.. 2026. 8. 27. 영화 <파벨만스> (미학적 통제, 지평선, 자전적 영화) 솔직히 저는 를 그냥 스필버그의 회고담 정도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극장 개봉 때 놓쳤던 것도 그래서였을 겁니다. 그런데 OTT에서 뒤늦게 틀었다가 두 시간 반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는 '어떻게 영화감독이 되었는가'를 묻는 게 아니라, '영화라는 행위가 삶의 비극을 어떻게 프레임 안에 가두는가'를 묻고 있었습니다. 그 질문이 생각보다 훨씬 날카롭게 꽂혔습니다.미학적 통제 — 카메라는 비극을 어떻게 길들이는가영화 초반, 여섯 살 세미는 에서 기차 충돌 장면을 보고 그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가 택한 방법은 장난감 기차를 직접 충돌시키고 아버지의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엄마 미치가 말합니다. "한 번만 부수고 영화로 찍어두면, 더 이상 망가뜨릴 필요도 없고 무섭지도 않을.. 2026. 8. 27. 이전 1 ··· 5 6 7 8 9 10 11 ··· 5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