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02 <28년 후 뼈의 사원> (세계관, 인간성 회복, 3부작 전망) 좀비 영화인데 정작 좀비가 주인공이 아닙니다. 넷플릭스에서 을 틀었을 때, 제가 처음 든 생각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고어한 액션을 기대하고 앉았다가, 전혀 다른 결의 철학적 질문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28일 후 시리즈의 총 4편 중 네 번째이자 '28년 후'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 이 위치가 이 영화를 설명하는 데 생각보다 중요합니다.비인간적 세계관 — 지옥을 만든 건 좀비가 아니었습니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오프닝부터 좀비 떼가 쏟아지는 게 아니라, 소년 스파이크가 '자선회'라는 이름의 집단에 강제로 편입되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그 집단은 항상 여덟 명을 유지하는데, 새 사람이 들어오면 반드시 누군가 죽거나 나가는 제로섬(Zero-sum) 구조입니다. 여기서 제로섬이란 한 쪽의 .. 2026. 8. 21.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인류 진화, 폭력, 스타 차일드)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2시간 2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말이 좋은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졸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동진 평론가의 심층 해설을 계기로 다시 꺼내 봤더니, 예전에 제가 완전히 놓치고 있었던 레이어들이 한꺼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술 문명과 폭력, 그리고 인류의 존재론적 한계를 SF 언어로 이렇게까지 냉정하게 담아낸 영화가 1968년작이라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58년 전 영화가 왜 지금도 불편한가 — 인류 진화라는 불편한 전제처음 이 영화를 다시 볼 때 제가 가장 당혹스러웠던 건 대사가 없다는 점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대사가 없어서 놓친 게 없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초반 20~30분, 그리고 후반 20분은 대사가 전혀 없고 시각과 음악만으로.. 2026. 8. 21. 영화 <폭풍의 언덕> (파격 각색, 에로스, 파멸의 사랑) 사랑 이야기가 아름다울수록 더 잘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하셨나요?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 믿음이 완전히 흔들렸습니다. 마고 로비와 제이컵 엘로디 주연의 신작 '폭풍의 언덕'은 에밀리 브론테의 원작을 가장 파격적으로 해체한 버전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습니다. 저는 원작 소설을 꽤 인상 깊게 읽은 터라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감상을 시작했는데, 오프닝 5분 만에 그 우려가 완전히 다른 종류의 긴장감으로 바뀌었습니다.파격 각색의 실체 — 원작과 무엇이 달라졌나먼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이라는 제목 자체가 사실 오역입니다. 'Wuthering Heights'는 극 중 배경이 되는 집이자 지명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센트럴 파크'를 '중앙공원'이라.. 2026. 8. 20. 영화 <두 검사> (스탈린 대숙청, 미장센, 이항 대립) OTT를 켜고 뭘 볼까 고민하다가 결국 예전에 저장해 둔 작품을 꺼내는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왓챠 찜 목록에 묻혀 있던 세르히 로즈니차 감독의 를 불 꺼놓고 혼자 틀었는데, 두 시간이 지나도록 자리에서 한 번도 못 일어났습니다. 단순히 무거운 역사 영화겠거니 예상했던 것과 달리, 영화의 형식 자체가 내용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작품이었습니다.스탈린 대숙청, 스크린 위의 공포가 작동하는 방식의 배경은 1937년에서 1938년 사이, 이른바 스탈린 대숙청기입니다. 스탈린 대숙청이란 소련의 스탈린이 혁명 동지였던 트로츠키, 카메네프, 지노비에프 등을 포함해 잠재적 반대 세력을 대규모로 제거한 정치적 폭력 사태를 가리킵니다. 이 시기에만 약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 2026. 8. 20.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5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