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76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프롤레타리아, 사운드, 채플린) 퇴근하고 소파에 털썩 누워 OTT를 뒤적이다가 별 기대 없이 틀었는데,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가 그랬습니다. 제76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작품이라길래 솔직히 좀 어렵고 지루할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노동자 계급의 팍팍한 현실을 이렇게 조용하고도 깊게 담아낼 수 있다는 게, 가만히 생각하면 할수록 놀랍습니다.프롤레타리아 로맨스, 자본주의를 비추는 거울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두 주인공이 해고당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안사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버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홀라파는 음주 문제로 직장을 잃습니다. 처음엔 그냥 단순한 설정인 줄 알았는데, 보면 볼수록 이게 단순한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는.. 2026. 9. 21. 영화 <멀고도 가까운> (고립, 상실, 애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 발자국도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멀고도 가까운》의 주인공 주노가 재개발 구역의 낡은 바(Bar)를 지키는 이유는 딱 하나, 죽은 연인이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미련 때문입니다. 저는 이 설정 하나만으로 이미 영화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 먹먹함이 결코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거든요.고립 — 멈춰버린 공간이 말하는 것이 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주목한 건 배우의 연기나 대사가 아니었습니다. 재개발 구역 한복판에 덩그러니 남겨진 주노의 바, 그 공간 자체였습니다.영화는 이 한정된 공간을 단순한 배경으로 쓰지 않습니다. 심리적 밀폐 공간(Enclosed Space)으로 활용하는데, 쉽게 말해 주인공의 억압된 내면을 물리적 장소로 가시.. 2026. 9. 20. 영화 <종이달> (일탈의 시작, 심리 서스펜스, 횡령) 주말 저녁, OTT 화면을 멍하니 스크롤하다 멈춘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렇게 일본 영화 을 틀었습니다. '횡령 이야기겠지' 싶었는데, 재생 버튼을 누른 지 10분도 안 돼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단순한 범죄물이 아니라, 인간 심리의 가장 내밀한 균열을 파고드는 작품이었거든요.일탈의 시작 — 1만 엔짜리 균열이 만든 파국1990년대 초 일본을 배경으로, 성실한 은행원 주인공이 거액의 횡령에 빠져드는 과정을 담은 이 영화는 2015년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출처: 일본 아카데미상 공식 사이트). 주연을 맡은 미야자와 리에는 10대 시절 화보집과 파격적인 약혼·파혼으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배우지만, 30대에 들어서면서 연기력으로 정면 승부하는 배우로 완전히 자리를 바꿔 앉.. 2026. 9. 20. 영화 <극장의 시간들> (시네큐브, 옴니버스, OTT 시대) 독립영화 전용관 시네큐브가 올해로 개관 25주년을 맞았습니다. 이를 기념해 이종필, 윤가은, 장건재 감독이 각각 30분 남짓한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 영화 '극장의 시간들'이 탄생했는데, 제가 이 작품을 찾게 된 건 순전히 OTT로 영화를 보다가 문득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극장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는 걸,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시네큐브 25주년, 세 감독이 붙든 극장의 의미옴니버스(omnibus) 형식이란, 여러 감독이 하나의 주제 아래 각자의 단편을 연출해 한 편으로 묶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앤솔로지처럼 서로 다른 목소리가 같은 그릇에 담기는 구조인데, '극장의 시간들'은 이 형식이 가진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이종필 감독은 침.. 2026. 9. 19.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6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