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76 애니메이션 영화 <아가미> (원작비교, 영상미, 관람팁) 원작 소설을 먼저 읽지 않고 애니메이션을 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구병모 작가의 소설 『아가미』가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했다는 소식에 8년 만에 원작을 다시 꺼내 읽고 극장으로 향했는데, 사전 정독 없이 이 영화를 마주쳤다면 분명히 절반은 놓쳤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원작 소설 아가미, 8년 만의 재독 소설을 처음 읽었던 건 8년 전이었습니다. 당시엔 그냥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로 느끼고 덮었는데, 8년이 지나 다시 읽으니 받아들이는 결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번에 애니메이션 개봉 소식을 듣고 관람 전 정독을 결심한 게 정말 잘한 선택이었습니다.『아가미』의 서사 구조는 교차 서술 방식, 즉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번갈아 배치하는 비선형 내러티브(non-.. 2026. 9. 17. 영화 <귀여운 여인> (비비안, 줄리아 로버츠, 로맨틱 코미디) 주말 오후, OTT 메인 화면을 멍하니 넘기다가 손이 멈춘 포스터가 있었습니다. 1990년작 '귀여운 여인(Pretty Woman)'이었습니다. 줄거리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다시 틀게 됐습니다. 33년 전 영화를 지금 다시 정주행하면서, 제가 느낀 건 단순한 향수 그 이상이었습니다.비비안이라는 캐릭터, 처음엔 그냥 신데렐라인 줄 알았습니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다시 보기 전까지는 '귀여운 여인'을 전형적인 신데렐라 서사, 즉 가난한 여성이 부유한 남성을 만나 구원받는 단순한 공식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다시 보니, 비비안이라는 캐릭터는 그 공식 안에 갇히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비비안은 고상한 상류층의 시선 앞에서도 쾌활함을 잃지 않습니다. 명품 거리 로데오 드라이브.. 2026. 9. 16.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할 9000, 모노리스, 리뷰) 1968년에 만들어진 영화가 오늘날 AI 논쟁의 중심을 정확히 짚어낸다면 믿어지십니까? 저는 주말 저녁 OTT로 감독의 를 처음 제대로 봤는데, 화면을 끄고 나서도 한참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56년 전 작품이 이 정도일 줄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뼈다귀에서 우주선까지 — 모노리스가 촉발한 진화의 질문영화는 긴 암전으로 시작합니다. 대사도, 설명도 없이 태고의 유인원들이 맹수를 피해 영역 다툼을 벌이는 장면이 한참 이어집니다. 그리고 어느 아침, 아무런 예고 없이 검은 직육면체 돌기둥 하나가 모래 위에 꽂혀 있습니다.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 장치인 모노리스(Monolith)입니다. 모노리스란 단일한 돌덩이를 뜻하는 단어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지적 각성을 유발하는 외계적 존재의 상징으로 .. 2026. 9. 16. 영화 <노 베어스> (메타 영화, 현실과 허구, 창작 윤리) 곰이 한 마리도 안 나오는 영화 제목이 왜 '노 베어스'일까요. 저도 처음엔 그 질문 하나로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모두 거머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직접 출연해 영화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영화로 찍은 작품인데,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화려한 연출도, 자극적인 장면도 없는데 이상하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더군요.메타 영화로 읽는 '노 베어스' — 현실과 허구의 경계'노 베어스'는 메타 영화(meta-film)입니다. 여기서 메타 영화란 영화가 영화 만드는 행위 자체를 소재로 삼아, 스크린 안과 밖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리는 형식을 말합니다. 관객은 "지금 내가 보는 게 감독의 실제 상황인가, 아니면 연출된 장면인가"라는 질문을 영화 내내 던지게 됩니다. 저.. 2026. 9. 15.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6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