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37 <넘버원> 리뷰 (배우 케미, 연출, 감 추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후 최우식과 장혜진이 다시 모자 관계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컸는데, 막상 보고 나오면서 든 첫 감정은 '아, 이게 끝이야?'였습니다. 1시간 44분 러닝타임 내내 시계를 봤다는 게 저로선 꽤 솔직한 평가입니다. 배우들의 열연은 분명히 빛났지만, 그 열연을 온전히 받쳐주지 못한 연출과 서사가 내내 걸렸습니다.최우식·장혜진의 배우 케미, 이건 진짜였다제가 직접 관람해 보니, 이 영화에서 가장 확실하게 건져낼 수 있는 것은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였습니다. 특히 장혜진 배우의 연기는 단순히 '잘한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반찬을 내오는 손짓 하나, 아들 눈치를 살피는 표정 하나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픽션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들었습니다.《기생충》에서도 모자 관계였던 최.. 2026. 8. 14. <렌탈 패밀리> (고독의 산업화, 이방인, 브랜든 프레이저) 솔직히 저는 일본의 '렌탈 패밀리' 서비스를 처음 들었을 때 그냥 기이한 문화 현상 정도로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를 보고 나서야, 그 안에 담긴 게 기이함이 아니라 필사적인 외로움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브랜든 프레이저가 연기한 도쿄의 이방인, 필립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고독의 산업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일반적으로 렌탈 패밀리 서비스는 '일본이라서 생긴 극단적인 문화'라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조금 다르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결혼식 하객, 부모, 연인을 대여해 주는 서비스가 일본 사회에 실재한다는 사실은 확인된 팩트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다 보니 그게 낯선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좀 더 노골화됐을 때의 모습처.. 2026. 8. 13. <센티멘탈 밸류> (예술적 공감, 감성적 가치, 가족 치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뭔가 크게 울었거나 충격을 받은 게 아닌데, 가슴 한켠이 오래도록 묵직하게 남아 있었거든요. 영화 《센티멘탈 밸류》는 단절된 가족이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그 안에 '개인의 고통이 예술을 만나면 어떻게 변하는가'라는 질문이 조용하게, 그러나 집요하게 깔려 있습니다. 화려한 사건 하나 없이도 이렇게 긴 여운이 남을 수 있다는 게, 제가 이 영화를 보며 가장 먼저 느낀 당혹감이었습니다. 예술적 공감이란 무엇인가 — 아는 것과 마주하는 것의 차이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장면은, 역사학자인 둘째 딸 아그네스가 할머니의 오래된 기록물을 들여다보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녀는 그 사실들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2026. 8. 12. <해피엔드> 리뷰 (디스토피아, 다문화 정체성, 청춘 성장)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들이 연출했다는 소식에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예매했는데, 극장을 나오고도 한참 동안 여운이 가시질 않더군요. 소라 네오 감독의 첫 장편 《해피엔드》는 근미래 일본을 배경으로 고등학생 다섯 친구의 우정과 균열을 차분하게 쌓아 올린 작품입니다. 잔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그런 영화였습니다.근미래 디스토피아 속 다문화 정체성의 충돌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는데,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꽤 낯선 장면이 나옵니다. 경찰이 길거리에서 특정 학생에게만 신분 검문을 요구하는 장면인데, 그게 너무 자연스럽게 묘사돼서 처음엔 그냥 넘어갈 뻔했습니다. 그 학생이 바로 재일 한국인 4세인 코우였고, 저는 그 순간부터 이 영화가 단순한 청춘물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 2026. 8. 12. 이전 1 ···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