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37 <백룸> 영화 리뷰 (탄생 배경, 연출 분석, 차기작 전망) 솔직히 말하면, 저는 영화 보기 전까지 《백룸》을 그냥 인터넷에서 떠도는 기괴한 괴담 콘텐츠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동해 여행 중 밤 시간을 때우려고 지인들과 반쯤 기대 없이 들어간 영화관이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20살 감독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놀라움이 두 배가 됐습니다.괴담에서 스크린까지 — 백룸의 탄생 배경《백룸》의 뿌리는 서양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퍼진 '노클립(No-clip) 현상'이라는 도시 괴담입니다. 노클립 현상이란,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현실의 물리 법칙을 벗어나 미지의 무한한 공간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개념으로, 게임에서 벽을 통과하는 치트 기능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이 괴담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타고 급속히 퍼지며 소설, 영상, 팬아.. 2026. 8. 16. 영화 <햄넷> (감정 빌드업, 연기력, 예술의 위로) 셰익스피어 이야기라고 하면 고리타분하거나 어렵게 느껴진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지 않으십니까? 저도 솔직히 그런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클로이 자오 감독의 《햄넷》을 OTT로 틀었다가, 두 시간 내내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아카데미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작품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첫 장면부터 납득이 되는 영화였습니다.셰익스피어 영화인데, 왜 어렵지 않을까은 매기 오패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서사 구조는 단순합니다. 라틴어 교사였던 셰익스피어가 숲과 동물을 사랑하는 아그네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함께 가정을 꾸리고, 그 가정에 비극이 찾아오고, 두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를 감내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셰익스피어의 희곡 세계관을 미리 알아야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 2026. 8. 15. <남편들> 리뷰 (줄거리, 코미디 연출, 총평)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육사오》를 연출한 박규태 감독 신작에 진선규·공명 조합이라니, 재생 버튼을 누르는 손이 꽤 기대에 차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끝까지 보고 나서 남은 건 기대만큼의 아쉬움이었습니다. 왜 그 설정이 이 결과물로 귀결됐는지, 제가 직접 시청하며 느낀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줄거리: 전남편과 현 남편, 설정은 좋았는데《남편들》은 형사 황충식(진선규)이 자신이 검거한 마약 조직 두목 마도준의 아내에게 전처와 딸을 납치당하면서 시작됩니다. 여기에 전처의 현 남편인 수의사 이민석(공명)이 가세하면서 전남편과 현남편이 한 팀이 되어 가족을 구출한다는 게 핵심 서사입니다.제가 처음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이 바로 이 구도였습니다. '전남편 형사 + 현남편 수의사'라.. 2026. 8. 15. <척의 일생> (역순 구조, 정체성, 우주적 서사)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후기 영상을 보다가 잠깐 멈춰 버렸거든요. '39년 동안 고마웠어요, 척'이라는 광고판 문구가 멸망해가는 세상 곳곳에 도배된다는 설정 하나만으로도 뭔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습니다. 한 사람이 생을 마감할 때, 그가 평생 품어온 기억과 내면의 우주도 함께 소멸한다는 이 영화의 철학적 전제는 개봉 전부터 제 머릿속을 꽤 오래 맴돌았습니다.역순 구조가 만들어내는 수수께끼의 쾌감《척의 일생》은 3막에서 시작해 1막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순 서사(reverse chronology) 구조를 택합니다. 여기서 역순 서사란 결말에 해당하는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시간을 거꾸로 되짚으며 원인과 배경을 밝혀나가는 서술 방식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메멘토》나 가스파 노에의 처럼 관.. 2026. 8. 14. 이전 1 ···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