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딱히 볼 게 없어서 OTT를 뒤적이다 집어든 영화가 예상 밖으로 두 시간을 꽉 채워준 경험, 저도 최근에 했습니다. 조현재 감독의 '매드 댄스 오피스'가 그랬는데요. 25년 차 공무원이 댄스 교습소에서 삶을 다시 들여다본다는 줄거리만 봤을 땐 "그냥 가볍겠지" 싶었는데, 다 보고 나서 꽤 오래 생각이 남았습니다.염혜란 연기 — 딱딱한 관료가 무너지는 순간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염혜란 배우가 공무원 역할을 맡는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냥 '잘 하겠지' 정도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극 중 '국희'라는 인물을 처음 마주하는 장면부터 달랐습니다. 자세도, 말투도, 눈빛도 25년 차 관료주의(bureaucratic rigidity)를 몸에 새긴 사람 그 자체였습니다. 여기서 관료주의적 경직성이란..
단순한 복싱 성장물로 알고 재생 버튼을 눌렀는데, 영화가 끝난 뒤 묵직하고 진한 메시지가 느껴졌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2004년작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링 위의 승패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존엄을 어떻게 지켜내는가를 묻는 영화입니다. 그 물음이 밤늦게까지 잠을 앗아갔습니다.운명적 만남 — 거절당할수록 선명해지는 사람일반적으로 스포츠 영화의 사제 관계는 첫 만남부터 어딘가 '운명적 끌림'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그려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그 공식을 철저히 비틀었습니다. 노장 트레이너 프랭키는 체육관을 찾아온 매기를 여성이라는 이유와 나이를 들어 단호하게 내칩니다. 그 거절이 한 번이 아니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여기서 주목할 만한 연출 방식은 '캐릭터 대조(character..
주말 오후, 쿠팡플레이를 뒤지다 결국 손이 간 영화가 였습니다. 솔직히 '이미 유명한 영화니까 그냥 보는 거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1980년대 영국 탄광촌이라는 암울한 배경과 한 소년의 발레 꿈이 이렇게까지 강렬하게 충돌할 줄은 몰랐거든요.탄광촌이라는 배경, 이게 왜 중요할까요?영화를 보기 전, 사실 저는 이걸 단순한 성장 드라마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첫 장면부터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1984년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의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정책 — 쉽게 말해 국가가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복지를 축소하는 방향의 경제 기조 — 아래 광부들이 대규모 파업에 돌입한 시대적 배경이 화면 전체에 깔려 있었습니다.거리에는 경찰과 시위대가 뒤엉켜 있고, 빌..
케이시 애플렉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저는 OTT 추천 목록에 무심코 떠 있길래 그냥 틀었습니다. 그리고 보는 내내 가슴이 너무 먹먹해서 밤에 혼자 화면만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상실을 이렇게까지 정직하게 담아낸 영화가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트라우마를 '극복'하지 않는 주인공보스턴에서 건물 관리인으로 홀로 살아가는 리는 처음 봤을 때 그냥 퉁명스럽고 사회성 없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세입자 민원을 달고 살고, 감정 표현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건조한 인물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이 사람한테 감정이입이 될까 싶었습니다.형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듣고 고향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돌아가는 장면에서도 리는 막말을 쏟아내며 슬픔을 견딥니다. 눈물 한 방울 없이,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도 아닌 그 이상한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