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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37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무관심 지대, 관찰자 시점, 열화상 카메라) 홀로코스트 영화라면 당연히 수용소 내부의 참상을 보여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끝까지 그 안으로 카메라를 들이밀지 않습니다. 담장 바깥에서 꽃을 가꾸고 아이들과 수영하는 나치 장교 가족의 일상만 90분 내내 담아냅니다. 퇴근 후 OTT로 틀었다가, 영화가 끝난 뒤 한참을 멍하니 화면만 바라봤습니다. 이렇게 조용한 방식으로 이토록 깊은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무관심 지대 —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의 충돌영화의 원제 'Zone of Interest'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주변 SS 대원들의 거주 구역을 뜻하는 나치의 공식 행정 용어입니다. 여기서 'Zone of Interest'란 단순한 지리적 구역이 아니라, 학살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된 생.. 2026. 8. 25.
영화 <본즈 앤 올> (정체성, 소유욕, 완전한 합일) 식인이라는 설정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가 있습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2022)이 바로 그 작품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파격적인 소재의 호러물이겠거니 했는데, 지난 주말 OTT로 다시 틀었다가 결말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식인이라는 금기를 다루면서도 끝내 사랑 이야기로 귀결되는 이 영화가, 생각보다 훨씬 깊은 질문을 던진다는 걸 그때 다시 확인했습니다.정체성의 길항 작용 — 괴물과 고독 사이에서이 영화를 단순한 공포물로 오해하다가 놓치게 되는 핵심이 바로 주인공 매런의 내면 구조입니다. 매런은 '나는 괴물이다'라는 인식과 '나는 혼자다'라는 인식을 동시에 안고 삽니다. 여기서 길항 작용(拮抗 作用)이란 두 힘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당.. 2026. 8. 24.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액션, 스토리, 연대) 극장 개봉을 놓쳤을 때의 그 찜찜함, 저도 겪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거실 TV 앞에 자리 잡고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틀었더니, 그 아쉬움이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졌습니다. 시리즈 8편을 아우르는 피날레답게 아날로그 액션의 밀도와 무게감이 남달랐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여운이 가시질 않았습니다.하늘과 심해를 오가는 액션, 직접 봐야 아는 이유이번 영화에서 제가 가장 먼저 입을 다물지 못했던 건 단연 복엽기(biplane) 시퀀스였습니다. 복엽기란 날개가 위아래 두 겹으로 겹쳐 있는 구형 항공기를 가리키는데, 그 낡고 투박한 기체 위에 톰 크루즈가 직접 매달린다는 설정 자체가 이미 미칩니다. 만 수천 미터 고공에서 실제로 촬영했다는 사실은, 저 혼자 화면 속 바람 소리에 어깨를 움츠리게.. 2026. 8. 23.
영화 <폭풍의 언덕> (파격 각색, 에로스, 파멸의 사랑) 사랑 이야기가 아름다울수록 더 잘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하셨나요?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 믿음이 완전히 흔들렸습니다. 마고 로비와 제이컵 엘로디 주연의 신작 '폭풍의 언덕'은 에밀리 브론테의 원작을 가장 파격적으로 해체한 버전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습니다. 저는 원작 소설을 꽤 인상 깊게 읽은 터라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감상을 시작했는데, 오프닝 5분 만에 그 우려가 완전히 다른 종류의 긴장감으로 바뀌었습니다.파격 각색의 실체 — 원작과 무엇이 달라졌나먼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이라는 제목 자체가 사실 오역입니다. 'Wuthering Heights'는 극 중 배경이 되는 집이자 지명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센트럴 파크'를 '중앙공원'이라.. 2026.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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