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OTT 메인 화면에 뜬 영화 하나를 별 기대 없이 틀었다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한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영화 을 보고 정확히 그랬습니다. 숀 펜, 나오미 왓츠, 베니치오 델 토로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됐고, 영화가 끝난 후에는 꽤 오랫동안 가슴 한편이 묵직하게 눌려 있었습니다. 인간의 죄의식과 복수, 그리고 삶의 무게를 이토록 밀도 있게 담아낸 작품이 또 있을까 싶었거든요.21그램이라는 제목, 어디서 왔을까요솔직히 처음엔 제목이 좀 낯설었습니다. '21그램'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재생 버튼을 눌렀거든요. 영화를 보다 보니 1901년 미국의 의사 던컨 맥두걸이 수행한 실험 이야기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던컨 맥두걸은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체중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 발자국도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멀고도 가까운》의 주인공 주노가 재개발 구역의 낡은 바(Bar)를 지키는 이유는 딱 하나, 죽은 연인이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미련 때문입니다. 저는 이 설정 하나만으로 이미 영화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 먹먹함이 결코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거든요.고립 — 멈춰버린 공간이 말하는 것이 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주목한 건 배우의 연기나 대사가 아니었습니다. 재개발 구역 한복판에 덩그러니 남겨진 주노의 바, 그 공간 자체였습니다.영화는 이 한정된 공간을 단순한 배경으로 쓰지 않습니다. 심리적 밀폐 공간(Enclosed Space)으로 활용하는데, 쉽게 말해 주인공의 억압된 내면을 물리적 장소로 가시..
제가 별 기대 없이 주말 저녁 OTT를 뒤적이다 1992년작 사랑의 행로를 틀었는데, 첫 장면부터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에 그만 소파에 고정되어버렸습니다. 재즈, 형제의 균열, 그리고 끝내 완성되지 못할 것 같던 로맨스가 한 화면 안에 담겨 있는 영화입니다. 감각적인 연출과 배우들의 진짜 같은 케미스트리가 만든 이 작품, 단순한 분위기 영화로만 보기엔 꽤 따져볼 구석이 많습니다.재즈 영화로서의 완성도, 그리고 숨겨진 서사적 구조이 영화를 단순히 "재즈 배경의 러브스토리"라고 보면 절반만 본 겁니다. 제가 처음 봤을 때 눈길을 끈 건 음악 자체가 인물들의 감정 상태를 그대로 대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시애틀 호텔 무대에서 잭 베이커(제프 브리지스)가 피아노를 치는 장면들은 즉흥 연주, 즉 임프로비제이션..
1968년에 만들어진 영화가 오늘날 AI 논쟁의 중심을 정확히 짚어낸다면 믿어지십니까? 저는 주말 저녁 OTT로 감독의 를 처음 제대로 봤는데, 화면을 끄고 나서도 한참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56년 전 작품이 이 정도일 줄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뼈다귀에서 우주선까지 — 모노리스가 촉발한 진화의 질문영화는 긴 암전으로 시작합니다. 대사도, 설명도 없이 태고의 유인원들이 맹수를 피해 영역 다툼을 벌이는 장면이 한참 이어집니다. 그리고 어느 아침, 아무런 예고 없이 검은 직육면체 돌기둥 하나가 모래 위에 꽂혀 있습니다.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 장치인 모노리스(Monolith)입니다. 모노리스란 단일한 돌덩이를 뜻하는 단어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지적 각성을 유발하는 외계적 존재의 상징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