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37 영화 <애프터썬> (미장센, 애도, 기억) 영화를 다 봤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잠을 잘 수 있다면, 그건 제대로 본 게 아닐지 모릅니다. 샬롯 웰스 감독의 을 OTT로 다시 꺼내 본 날 밤, 저는 그냥 잠들지 못했습니다.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흘려보낸 디테일들이 두 번째 시청에서 전부 되살아나면서, 가슴 한가운데가 서늘하게 내려앉았습니다.따뜻한 휴가 영화라고 생각했다면, 그게 함정입니다포스터만 보면 아버지와 딸이 튀르키예 햇살 아래 함께 웃는, 소담한 성장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봤습니다. 그래서 극장에서 첫 관람 당시에는 뭔가 놓친 것 같은 묘한 찜찜함만 남긴 채 나왔습니다.그런데 두 번째로 다시 봤을 때는 달랐습니다. 영화의 실제 구조는 어른이 된 소피가 아버지와의 여행에서 남겨진 캠코더 영상을 되짚으며, 과거에 전.. 2026. 8. 27. DC영화 <플래시> (사전지식, 멀티버스, 감정선) 히어로 영화를 보기 전에 혹시 "예습"부터 하셨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는 그 강박을 처음부터 비웃어 버렸습니다. 주말 오후 쿠팡플레이로 별생각 없이 재생했다가, 후반부에 울컥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사전지식 없이도 충분했고, 감정선은 예상보다 훨씬 깊었습니다.사전지식 없이 봐도 됩니까 — 멀티버스를 대하는 영리한 태도솔직히 요즘 히어로 영화들은 보기 전부터 지칩니다. 멀티버스(Multiverse), 즉 하나의 세계가 아닌 수많은 평행 우주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설정은 이제 DC와 마블 양쪽 모두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장치인데, 이걸 제대로 따라가려면 줄줄이 이어진 전작을 꿰고 있어야 한다는 압박이 생깁니다. 여기서 멀티버스란 각기 다른 역사와 인물이 공존하는 평행 우주들의 총체를 의미합니다.. 2026. 8. 27. 영화 <듄: 파트 2> (비주얼 연출, 메시아 서사, 차니) 솔직히 저는 듄 파트 1을 보고 나서 "이게 그렇게 대단한 영화인가?" 싶었습니다. 아라키스 행성의 비주얼은 분명 압도적이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두 시간 반짜리 예고편을 본 것 같은 허전함이 남았거든요. 그래서 파트 2도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넷플릭스에서 틀었는데, 불 다 꺼놓고 TV 앞에 앉은 지 15분 만에 그 선입견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집에서 OTT로 직접 감상하며 확인한 비주얼 연출의 진가와 많은 분들이 단순한 영웅담으로 오해하기 쉬운 메시아 서사의 실체를 짚어보겠습니다.비주얼 연출 — OTT로 봐도 압도되는 이유일반적으로 블록버스터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제맛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듄 파트 2만큼은 집에서 봐도 그 위력이 고스란히 전달됐습니다. 제가 직접 헤드폰 .. 2026. 8. 25.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 (장르적 성취, 남매애, 캐릭터 한계) 1979년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 이후 45년. 시리즈는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팬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는데, 페데 알바레즈 감독의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그 긴 방황에 마침표를 찍을 만한 복귀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저도 주말 저녁 불 꺼놓고 혼자 OTT로 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잘 만들었다는 걸 알면서도, 뭔가 한 가지가 계속 마음에 걸렸거든요.장르적 성취 — 기본기로 정확히 꽂히는 폐쇄 공간 스릴러〈에이리언: 로물루스〉가 선택한 전략은 명확합니다. 세계관을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고, 폐쇄 공간 스릴러(Closed Space Thriller)라는 장르 문법에 철저히 복종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폐쇄 공간 스릴러란, 외부 탈출이 불가능한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추격과 생존의 .. 2026. 8. 25. 이전 1 2 3 4 5 6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