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기념하는 마음으로 영화 를 OTT로 틀었는데, 끝나고 나서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영화 는 1940년대 일제강점기, 우리말 사전을 완성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사투리를 모았던 조선어학회 사건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가볍게 볼 생각이었는데, 평소 무심코 쓰던 우리말이 이렇게 지켜져 왔다는 사실이 새삼 가슴에 박혔습니다.OTT로 보게 된 계기, 그리고 첫인상극장 개봉 당시 주변에서 좋다는 말이 많았는데 타이밍을 놓쳐버렸습니다. 그렇게 묻어두다가 주말 오후에 OTT 목록을 훑다가 눈에 띄어 틀었는데, 제가 직접 처음 30분을 보면서 느낀 건 "생각보다 유쾌하다"였습니다.까막눈이었던 판수가 조선어학회에 흘러들어와 글을 배우는 과정이 코믹하면서도 온기가 있었습니다. 사실 민족주의를 정면으로 다루는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주말 밤에 OTT를 뒤지다가 별 기대 없이 틀었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알래스카 최북단 마을 '배로'에서 30일 동안 해가 뜨지 않는 극야(極夜) 현상을 배경으로 한 뱀파이어 생존 스릴러, [써티 데이즈 오브 나이트]입니다. 뱀파이어 장르를 좋아한다면 이 작품은 꼭 한 번 경험해 볼 만합니다.극야 설정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고립감제가 직접 이 영화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설정 자체의 무게였습니다. '극야(Polar Night)'란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로 인해 고위도 지역에서 하루 24시간 내내 해가 뜨지 않는 자연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30일 동안 낮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인데, 이 사실이 영화 안에서는 단순한 배경이 ..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놓쳤을 때 별로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버스 운전사가 시를 쓴다는 줄거리만 보고 "조용하겠다"는 편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OTT 찜 목록을 한 번 훑다가 결국 재생 버튼을 눌렀고, 영화가 끝난 뒤 한동안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짐 자무시 감독의 2016년작 은 특별한 사건 하나 없이도 사람 마음에 조용히 스며드는 영화입니다.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시 — 일상의 시영화를 보면서 제가 처음 느낀 건 당혹감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패터슨이 눈을 뜨고, 버스를 몰고, 퇴근 후 개를 산책시키고, 바에 들러 맥주 한 잔 마시고 집에 돌아오는 장면이 일주일 내내 반복됩니다. 처음 이십 분은 "이게 다야?"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반복이 이상..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Palme d'Or)을 받은 영화가 이렇게까지 불편할 수 있다는 걸, 저는 솔직히 예상 못 했습니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Amour, 2012)'는 음악가 노부부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아름다운 사랑 영화를 기대하셨다면, 그 기대는 초반 10분 안에 무너집니다.배경: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는 방식영화는 시작부터 결말을 보여줍니다. 소방관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 한 노년 여성의 시신을 발견하는 장면이 첫 화면입니다. 저는 이 도입부를 보면서 '아, 이 감독은 관객에게 위안을 줄 생각이 전혀 없구나'라고 직감했습니다.이후 영화는 그 시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천천히, 아주 집요하게 되짚어 나갑니다. 파리에 사는 음악가 출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