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200

영화 <탑> (빌딩구조, 인식론, 평행우주)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홍상수 감독 영화라면 늘 비슷하다는 인상이 강해서, 주말 오후에 아무 기대 없이 OTT를 켰는데 어느 순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4층짜리 빌딩 한 채가 이야기 전체를 품는 구조라니, 직접 겪어보니 이게 단순한 공간 설정이 아니더군요. 영화감독 병수(권해효 분)가 딸 정수, 건물주 혜옥(이혜영 분)과 함께 논현동 빌딩을 층층이 올라가는 장면에서, 저는 이미 이 영화가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빌딩이 곧 이야기다 — 시각화된 플롯 구조홍상수 감독의 전작들을 조금이라도 본 분이라면 '차이와 반복'이라는 개념이 낯설지 않을 겁니다. 여기서 차이와 반복이란, 비슷해 보이는 상황이나 대화가 미묘하게 어긋나며 반복되면서 의미가 생겨나는 홍상수 특유의 서사 방식입니다. .. 2026. 8. 29.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심령술, 파멸) 주말 오후, 별 기대 없이 TV 채널을 돌리다 나이트메어 앨리를 틀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흘려볼 생각이었는데, 10분도 안 돼서 리모컨을 내려놓았습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잔혹동화적 문법을 1930~40년대 실제 역사의 비극 속으로 이식한 방식이 화면 가득 넘쳐서, 끝 장면까지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구원과 진실이 처음부터 불가능한 세계. 이 영화는 그 서늘한 전제를 끝까지 흔들지 않습니다.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스탠턴이 아버지를 죽이는 이유영화를 보기 전에는 단순한 사기극 느와르 정도로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보고 나니, 이건 정신분석학적 구조물에 가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영화의 핵심 모티브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입니다. 오이디.. 2026. 8. 29.
영화 <애프터 양> (가족 결속, 기억 미학, 상실 애도) 주말 저녁, OTT 앱을 한참 뒤적이다가 결국 예전부터 찜만 해두었던 영화를 틀었습니다. 애프터 양(After Yang, 2021)이었는데, 솔직히 처음엔 그냥 잔잔한 SF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화면을 끄지 못했습니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혼자 그 여운을 한참 씹었습니다. 상실과 기억, 그리고 가족이라는 관계를 이렇게 조용하게 건드리는 영화가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가족 결속: 아버지가 아닌 로봇이 보호자였다영화 초반, 가족이 함께 댄스 경연 대회에 출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처음엔 그냥 미래 배경의 귀여운 설정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그 장면이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대 위의 네 사람, 아니 세 사람과 한 안드로이드는 겉으로는 같은 팀처럼 보이지만 .. 2026. 8. 28.
영화 <유전> (오컬트 구조, 운명론, 파이몬) 공포 영화를 봤는데 무서운 장면보다 영화가 끝난 뒤의 그 묵직한 불쾌감이 더 오래 남은 적 있으십니까. 저는 지난 주말 불 꺼진 방에서 아리 에스터 감독의 (Hereditary, 2018)을 다시 틀었다가 정확히 그 경험을 했습니다.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그 이유가 단순한 공포 때문이 아니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왜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오컬트 영화가 되었는지, 그 구조적 비밀을 직접 파헤친 내용을 공유합니다.오컬트 장르의 계보와 유전의 정교한 구조공포 영화가 무섭지 않다고 느끼는 분들, 혹시 '잘못된 장르'를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저도 한동안 점프스케어, 즉 갑작스러운 시각·청각 자극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2026. 8. 28.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