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00 영화 <애프터썬> (미장센, 애도, 기억) 영화를 다 봤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잠을 잘 수 있다면, 그건 제대로 본 게 아닐지 모릅니다. 샬롯 웰스 감독의 을 OTT로 다시 꺼내 본 날 밤, 저는 그냥 잠들지 못했습니다.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흘려보낸 디테일들이 두 번째 시청에서 전부 되살아나면서, 가슴 한가운데가 서늘하게 내려앉았습니다.따뜻한 휴가 영화라고 생각했다면, 그게 함정입니다포스터만 보면 아버지와 딸이 튀르키예 햇살 아래 함께 웃는, 소담한 성장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봤습니다. 그래서 극장에서 첫 관람 당시에는 뭔가 놓친 것 같은 묘한 찜찜함만 남긴 채 나왔습니다.그런데 두 번째로 다시 봤을 때는 달랐습니다. 영화의 실제 구조는 어른이 된 소피가 아버지와의 여행에서 남겨진 캠코더 영상을 되짚으며, 과거에 전.. 2026. 8. 27. 영화 <파벨만스> (미학적 통제, 지평선, 자전적 영화) 솔직히 저는 를 그냥 스필버그의 회고담 정도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극장 개봉 때 놓쳤던 것도 그래서였을 겁니다. 그런데 OTT에서 뒤늦게 틀었다가 두 시간 반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는 '어떻게 영화감독이 되었는가'를 묻는 게 아니라, '영화라는 행위가 삶의 비극을 어떻게 프레임 안에 가두는가'를 묻고 있었습니다. 그 질문이 생각보다 훨씬 날카롭게 꽂혔습니다.미학적 통제 — 카메라는 비극을 어떻게 길들이는가영화 초반, 여섯 살 세미는 에서 기차 충돌 장면을 보고 그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가 택한 방법은 장난감 기차를 직접 충돌시키고 아버지의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엄마 미치가 말합니다. "한 번만 부수고 영화로 찍어두면, 더 이상 망가뜨릴 필요도 없고 무섭지도 않을.. 2026. 8. 27. DC영화 <플래시> (사전지식, 멀티버스, 감정선) 히어로 영화를 보기 전에 혹시 "예습"부터 하셨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는 그 강박을 처음부터 비웃어 버렸습니다. 주말 오후 쿠팡플레이로 별생각 없이 재생했다가, 후반부에 울컥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사전지식 없이도 충분했고, 감정선은 예상보다 훨씬 깊었습니다.사전지식 없이 봐도 됩니까 — 멀티버스를 대하는 영리한 태도솔직히 요즘 히어로 영화들은 보기 전부터 지칩니다. 멀티버스(Multiverse), 즉 하나의 세계가 아닌 수많은 평행 우주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설정은 이제 DC와 마블 양쪽 모두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장치인데, 이걸 제대로 따라가려면 줄줄이 이어진 전작을 꿰고 있어야 한다는 압박이 생깁니다. 여기서 멀티버스란 각기 다른 역사와 인물이 공존하는 평행 우주들의 총체를 의미합니다.. 2026. 8. 27.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자전적, 역사, 성장) 솔직히 말하면, 저는 개봉 당시 이 영화를 일부러 피했습니다. "난해하다", "호불호가 극단으로 갈린다"는 말이 많아서 극장보다는 집 소파에서 편하게 보는 게 낫겠다 싶었거든요. 최근 OTT에서 드디어 봤는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어렵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 어려움이 불쾌하지 않았어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는 자전적 고백, 역사적 은유, 소년의 성장 서사가 겹겹이 쌓인 작품입니다. 이 글에서 제가 영화를 이해한 방식을 풀어보겠습니다.감독의 유년 시절이 그대로 녹아든 자전적 요소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건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기 자신에게 쓴 편지구나"였습니다. 주인공 마히토가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도쿄 대공습을 피해 시골 저택으로 피난 가는 설정은 감독 본인이 .. 2026. 8. 26. 이전 1 ··· 5 6 7 8 9 10 11 ··· 50 다음